2005년 이 회사는 세계 2위의 디지털음악 판매업체였습니다. ‘아이팟’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던 애플의 아이튠스 뮤직스토어 바로 다음이었죠.
음악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그림과 글꼴도 팔았습니다. 물론 디지털로 변환된 콘텐츠였습니다. 하지만 불법복제나 저작권 문제는 한 번도 겪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 덕분에 무명의 미술가와 디자이너들은 작가가 됐고, 돈도 벌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사업 모델이었습니다.
이 회사가 바로 SK커뮤니케이션즈입니다. ‘싸이월드’라는 서비스로 유명한.
싸이월드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었던 회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반면 뒤에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06년 이 회사는 검색업체 엠파스를 합병합니다. 반대가 많았지만 SK텔레콤에서 파견된 당시 경영진은 “네이버를 봐라. 성장하려면 검색이 필수”라면서 엠파스를 합병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는 무시됐습니다.
완전히 무시된 건 아닙니다. ‘모바일 싸이월드’란 서비스가 나왔으니까요. SK커뮤니케이션즈가 만든 것이냐고요? 아닙니다. SK텔레콤이 ‘무선은 SK텔레콤, 유선은 SK커뮤니케이션즈’라는 원칙을 정해서 모바일 싸이월드는 SK텔레콤에서 직접 서비스했습니다. 그 덕분에 2010년 스마트폰 열풍이 불던 시기, 싸이월드는 손발이 묶여 있어야 했습니다.
지난해 SK커뮤니케이션즈는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냈습니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해 나와 새로 SK커뮤니케이션즈의 모(母)회사가 된 SK플래닛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등 사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담당하던 주요 직원들도 줄줄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올해 3월 기준 SK커뮤니케이션즈의 페이지뷰(PV·조회수)는 지난해 3월의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었던 한국의 서비스가 이렇게 잊혀져갑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