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세 화가’ 윤중식展 5월 3일∼6월
우리 나이로 100세를 맞이한 윤중식 화백은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엄정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그림에서 일관된 맥락을 지켜왔다. 50년을 거주한 서울 성북동 집의 마당에 뿌리 내린 150년 수령의 늘 푸른 소나무처럼 그는 당당한 현역 화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윤중식 화백이 96세의 나이에 완성한 ‘가을’(2009년 작). 그의 풍경화에선 향토적 서정성과 강렬한 색채감각, 수평적 면 분할과 수직의 이미지가 조화를 이룬다.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도 찬란한 빛의 신비를 담은 노을과 일출, 비둘기 등 즐겨 그렸던 소재가 등장한다. 이 중에서도 수평적 면 분할, 수직의 이미지가 촘촘히 짜인 양식화된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랑과 평화를 향한 그의 꿈이 농밀하게 응축된, 이상화된 정경은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 고독하고 치열하게
“1963년 홍승면 논설위원과 속초 지역을 1주일 여행하면서 연재를 했다. 그때 삽화도 숱하게 그려서 생활에 보탰다. 나이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는데 난 아직도 예전 일이 생생해서 괴로울 때도 많다. 전쟁 직후 고단한 세월을 보내면서도 그림을 그릴 때 행복했다. 지금도 가장 행복한 순간은 캔버스 앞에 서있을 때, 그림이 내 생각대로 풀릴 때다. 그래서 오래 사나 보다. 다들 떠나고 너무 외로우니까 이젠 그만 가면 좋겠는데….”
고개를 떨구고 잠시 침묵하더니 화가 도상봉, 박수근과 서울 종로에서 막걸리 마셨던 이야기도 들려주고, 이중섭은 세 살 아래, 김기창은 동갑이라며 “참 좋은 화가들”이라고 일러준다. 예술이 돈과 명예를 얻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었던 시절을 공유한 동료들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 여여하고 꿋꿋하게
“나의 시간, 나만의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아끼고 간직하려 노력했다. 내 작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2000년 발간한 화집에 적었듯이 그의 일생을 관통한 화두는 오직 예술이다. 반세기를 성북동에서 살았듯이 그는 회화의 소재나 표현에 있어서도 초지일관을 고집했다. 평론가 오광수 씨는 이를 “자신에 대한 확고한 조형의식과 애착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