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7등급 이하 681만명, ‘작업 대출’에 두번 울다
○ 금융소외자에게 까다로운 정부 대출
김 씨는 신용등급 8등급이어서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했다. 미소금융 대출까지 포기한 그는 일수 대출을 30개까지 늘려가며 운영자금을 대다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사채업자들의 추심에 시달리다 가게를 접었다. 일수를 쓴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져 올해 초에는 이혼을 했다. 지금은 낮에는 식당에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고 있다. 김 씨는 “정부 지원 서민금융상품은 수십 개의 조건을 달아놓고 ‘하나라도 자격이 안 되면 계속 사채를 쓰라’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씨처럼 신용등급 7등급 이하로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금융소외자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81만 명에 달한다. 정부는 금융소외자를 위해 시중은행, 기업과 공동으로 미소금융, 햇살론 등의 서민금융상품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대출받은 서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따르면 2010년과 지난해 재단을 통해 대출 상담을 한 사람은 12만9549명이었지만 최종 대출을 받은 사람은 2만7622명으로 21.3%에 그쳤다.
○ 사채업자들이 정부 대출 알선도
○ 서민금융상품 컨트롤타워 필요
전문가들은 대출 절차와 자격 요건은 까다로우면서도 사후 관리는 허술한 현재의 서민금융상품 운용을 대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서민 각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함으로써 일대일 식의 ‘유연한 대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사후 관리도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처럼 대출자가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후 밀착 컨설팅을 통해 대출 이후 모든 단계를 꼼꼼하게 지원해야 서민금융상품의 의미도 살리고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서민금융상품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기획 및 대출 업무, 사후 관리 업무 등을 전문적으로 도맡아 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칭 ‘서민금융공사’를 만들어 서민금융상품 기획을 전담시키고 특별금융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불법 사채 피해 발생 시 금융 소비자 보호 활동까지 하게 하는 등 서민금융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해야 서민들에게 골고루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