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가 어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새누리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다음 달 이재오 의원까지 출사표를 내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설 비박(非朴) 진영의 대선 구도가 드러난다.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외교 현장에서 뛰어보면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 등 현안에 대해 “문제 제기는 있지만 해법은 없이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현혹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제대로 된 민생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민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다. 정 전 대표는 앞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007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때 최대 관심사는 ‘검증’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유력 후보는 각종 의혹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당 차원에서 국민검증위원회까지 만들었다. 공개 검증이 경선 흥행의 활력소도 됐지만 후보들의 정책이나 비전 경쟁은 뒤로 밀렸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 각종 악재 속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비대위가 당 정강 정책에서 ‘보수’라는 용어를 삭제하려 하자 논쟁이 뜨거웠다. 박 위원장이 없던 일로 정리했지만 비슷한 일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주도한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까지 “너무 추상적이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대북 문제와 복지 전략에 대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같은 당 소속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차이가 크다. 정당은 가치 결사체여야 한다. 정책과 비전 경쟁이 당내 세(勢) 대결에 묻혀버리면 12월 대선에서 악재가 된다.
어제 정 전 대표의 기자회견장에는 측근 의원 2명만 참석해 그에 대한 당심(黨心)을 엿볼 수 있었다. 당의 최대 주주인 친박 진영은 “경선은 사실상 끝났는데 신경 쓸 게 뭐 있냐”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대선 후보 경선은 5년의 국정을 책임질 당의 대표주자를 뽑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절차다. 후보 사이에 치열한 비전 경쟁이 벌어져야 경선의 진정성과 흥행성을 끌어올려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