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희 동북아역사재단 국제표기명칭대사
‘동해 병기’실현하지 못해 아쉬워
국내외 시민단체와 한인회 대표들이 모나코까지 직접 날아와서 보여준 열렬한 성원은 우리 대표단에 큰 힘이 되었고, 동시에 매서운 채찍으로도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에서도 ‘동해 병기’를 실현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총회는 아쉬움과 함께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둘째, 단일 명칭 사용이라는 국내 정책상 이유를 들어 ‘동해 병기’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던 미국과 영국이 일본의 제안을 지지하지 않은 것도 작은 성과다. 미국도 처음에는 1953년의 3판을 기준으로 해서 합의되는 부분부터 고쳐 나가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우리 대표단과 협의를 거쳐 한일 양측 간 합의를 촉구하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동안 동해 병기의 정당성에 대한 우리 측의 지속적 설득이 있었던 데다 재미교포를 중심으로 한 동해 병기 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전자해도가 급격히 발전하는 현 상황을 감안해 S-23을 폐지하고 전자해도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종이해도와 달리 전자해도는 정보기술(IT)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만큼, 전자해도 시대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번 IHO 총회를 계기로 개최된 해도 전시회에 동해 표기가 된 최첨단 전자해도를 설치·운영하고 최종 시상식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전자해도 기술의 우수성을 국제 사회에 널리 알렸다.
일본해 단독표기 저지는 다행
넷째,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간 조성되는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동해 표기 문제에 관한 한 IHO 총회에서는 남북 공조가 확실히 이루어졌다. 이러한 남북 공조는 총회기간 내내 일본을 압박하고 동해 병기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장동희 동북아역사재단 국제표기명칭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