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연합 해상훈련 이어 ‘차기 총리’ 리커창 러 방문외교-경제 등 전방위 협력… ‘美 아시아 진군’ 견제 한뜻
27일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의 노보오가료보 총리관저에서 리커창 중국 부총리(왼쪽)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리 부총리는 유럽 4개국 순방의 일환으 로 26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모스크바=이타르타스 연합뉴스
올가을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러시아를 처음으로 공식 방문했다. 리 부총리는 러시아에 도착한 이후 ‘역사적’ ‘전대미문’ 등의 표현을 자주 쓰면서 중-러의 관계 강화를 적극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도 리 부총리의 발언을 크게 반기고 있다. 사상 첫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에 이은 양국의 이 같은 교류는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하며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양국의 공동 이해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리 부총리는 27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가 전대미문의 대발전을 이뤘다”며 “부단히 노력해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리자”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리 부총리는 △경제무역 합작의 규모와 질을 함께 제고 △전략적 성격을 띤 대규모 합작사업 추진 등 4개항의 주요 합작 방향을 천명했다. 5월 대통령에 취임하는 푸틴 총리도 “양국 관계가 전대미문의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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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부총리는 러시아 방문 이틀째인 28일에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이 26개 항목에서 약 152억 달러에 이르는 합작사업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합작 항목에는 60억 달러에 이르는 에너지 관련 사업과 대형 헬기, 대형 여객기 등이 포함됐다. 리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도 “중-러 경제무역 합작이 역사상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면서 전략적 중요 영역에서 합작 등 4개 방향을 제안했다.
중국 언론들은 리 부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중-러 관계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국제 시사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양국 관계는 ‘전략적’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양국 관계는 단지 자질구레한 실용적 측면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리 부총리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 모스크바 날씨가 보기 드물게 화창하다면서 양국 관계의 밝은 미래를 비유하는 중국 언론도 있다. 또 푸틴 총리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양국 관계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보도도 나왔다.
이에 앞서 중국 언론은 22∼27일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중-러 연합 군사훈련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어 리 부총리의 러시아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국의 아시아 귀환에 맞서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