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
‘콘트라베이스 비리’ 상상초월
콘트라베이스 같은 특수 악기의 경우 입학시험 전에 몇 사람이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어느 학교에 어떤 학생 몇 명이 응시하리라는 것이 미리 파악이 된다. 그래서 상호 심한 경쟁이 되지 않도록 조정을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과 채점 교수 사이에 칸막이를 한다고 하지만 소리를 들으면 누구의 연주인지, 어느 선생 제자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번처럼 채점 교수들이 상호 참고를 하였다면 아무리 칸막이를 해도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몇 음대는 몇 대학이 연합하여 심사위원 풀을 구성하고 입시일 전날 밤에 어느 학교 입시 채점을 배정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 이 방법은 채점 교수와 입시 학생의 관계를 차단하는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 한예종 음악원은 “우리가 가르칠 학생은 우리가 뽑는다”라는 명분으로 외부 심사위원을 배제하고 자체 교수만으로 심사한 모양이다. 이러한 제도는 심사위원끼리 잘 아는 사이라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생각으로 부정을 모의할 유혹에 빠지기 쉽다.
1970년대 이전 음대 입시를 보면 교수가 학생을 지도하고 출제를 하고 채점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는 제도가 너무 허술하여 부정을 하려면 땅 짚고 헤엄치기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입학하고 보면 공주에서 또는 청주에서 온 시골학생도 입학을 하였다. 그러면 친구들이 “야, 너 어떻게 들어왔냐” 그러면 “나도 모르겠어. 사무착오로 들어온 모양이야”라며 서로 농담도 주고받곤 하였다. 어느 교수가 사석에서 “음악대학 하면 비리의 온상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 애도 떨어졌어요”라고 하는 말도 들었다. 말하자면 당시에는 제도는 허술하였지만 채점 교수들이 양심을 지켰던 것이다.
한예종 자체 입시관리 반납해야
한예종 음악원은 이제 자정 능력을 의심받게 되었다. 이러한 비리가 2004년 징계 이후에 재발했다는 점, 이런 비리가 수년간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는 점, 동료 교수의 부정을 묵인했다는 점 등을 보면 음악원은 할 말이 없게 된 셈이다. 한예종은 이러한 입시 부정에 관해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 부정을 저지른 교수는 파면하여 다시는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고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학생은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
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