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한 친박(친박근혜) 인사가 최경환 의원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 최 의원이 18대 공천 때 이재오 의원처럼 이번 공천에서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넌지시 떠본 것. 최 의원은 손을 내저으며 “내가 지역구(경북 경산)에 내려와 있는데 어떻게 공천 과정에 관여하겠습니까”라고 곤혹스러워했다고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이 최근 당내에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 의원이 “박 위원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게 비판론의 핵심이다.
성추문 대상인 김형태 당선자의 출당 문제를 두고도 최 의원이 도마에 올랐다. 최 의원이 본인이 공천한 김 당선자를 살리기 위해 박 위원장에게 잘못 보고해 그의 출당 조치시기를 놓쳤다는 소문이 당내에 퍼진 것이다.
친박 유승민, 이혜훈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각각 “박 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해 판단에 문제가 있다”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최 의원을 지칭한 것이라는 게 친박 내부의 공통적인 해석이다.
최 의원에 대한 논란은 소문만 무성할 뿐 정작 확인된 것은 없다. 박 위원장 측 관계자도 “소문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이야기 들을까 봐 두 달 동안 시골에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자리 비워서 욕먹는 꼴’이 됐다”며 “공천 탈락으로 거론된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오면 그 푸념을 들어준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형태 당선자의 경우에도 내가 공천에 반대하며 재심 요구까지 한 사람이다”며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진위와 상관없이 이번 논란이 당을 사실상 장악한 박 위원장 측근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거나 내부 소통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선 “박 위원장이 ‘보안’을 강조하다 보니 소수 측근만 박 위원장의 생각을 알고, 그 사람들이 주변에 박 위원장의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이 끼어들어 왜곡이 되는 소통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한 친박 인사는 “당의 지도자로 자리를 굳힌 박 위원장이 이번 논란을 그동안 측근에 둘러싸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주변을 포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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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