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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조사 ‘응답률’ 감추면 신뢰성 생기나

입력 | 2012-04-23 03:00:00

■ 교과부, 후속대책도 허술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의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후속조치도 허술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2일 학교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항목 중 ‘피해 응답률(%)’과 ‘일진 인식률(%)’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전체 학생이 아니라 응답한 학생만을 기준으로 비율을 계산해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과부가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교생 400여 명 중 조사에 응한 2명이 “일진이 있다”고 답하면 이 학교의 일진 인식률이 100%가 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교과부가 일부 항목을 삭제하고 공개한 자료에도 조사 응답자와 피해 응답자의 수, 일진 인식 건수는 그대로 나와 있다. 피해 응답률과 일진 인식률을 누구나 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현장에서는 조사 신뢰도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A고 교사는 “조사 신뢰도와 상관없이 학부모에게는 중요한 학교선택 자료가 될 것이다. 응답 비율을 지우는 식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보완책도 엉성하기는 마찬가지다. 교과부는 20일 전국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배포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른 후속 업무처리 매뉴얼’에서 “회수율이 10% 이하인 학교는 재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조사 계획에는 조사 회수율이 지나치게 높은 학교에 대한 조치를 찾아볼 수 없다.

조사 결과 회수율이 95% 이상인 학교는 519곳이나 됐다. 일부 학교는 회수율이 100%를 넘기도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회수율이 95% 이상으로 아주 높은 학교 중에서는 교실에서 집단으로 조사하는 등 당초 취지를 따르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아 보인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후속 대책에는 이런 학교에 대한 조사 계획은 없다.

회수율이 높을수록 피해 응답률이나 일진 인식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회수율 95% 이상인 학교의 일진 인식률은 16%로 전체 평균(24%)보다 낮았고 회수율 100% 이상인 학교의 일진 인식률은 7%에 불과했다.

서울 C고 교사는 “집단으로 조사한 학교는 문제가 없는 학교가 되고, 원칙대로 했지만 회수율이 낮은 학교는 일진 학교가 되거나 재조사를 하게 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일진이 존재한다고 답변한 학교들은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당사자다. 이들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조사 신뢰도에 대해 교과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해명에도 일관성이 없다. 교과부는 22일 “이번 조사는 개별 학교의 구체적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적인 경향성 파악을 목적으로 하는 조사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발원은 이날 “평균 25%인 회수율은 학교폭력에 대한 전체적인 경향을 충분히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자료”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