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영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생활과학대학 교수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나트륨(Na)의 과잉 섭취다. 얼마 전부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인들의 나트륨 섭취량(1일 약 4800mg)은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하는 섭취목표량(2000mg)의 2배를 훨씬 넘는다. 구미(歐美)에 비해서는 1400mg 정도나 많으며, 우리처럼 장류 음식을 많이 먹는 일본에 비해서도 약 600mg이나 더 많다. 지난 2년 동안에도 7%나 증가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치와 장류 소금 함량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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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나트륨 과잉 섭취는 음식에 소금(NaCl)을 너무 많이 넣기 때문이다. 실제로 짠맛을 내는 것은 염소(Cl)지만, 소금에 나트륨이 함께 들어 있어 과잉 섭취로 이어지는 것이다. 인류가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선천적이나 짠맛에 대한 선호는 후천적이다. 짠맛이 전혀 없는 모유를 아기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기들이 이유식에서 시작하여 점차 어른과 더불어 식생활을 해나가면서 짠 음식에 익숙해지고, 짠맛을 선호하게 된다. 한국인들의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려면 크게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전통 음식문화와 관련해 개선할 점이다. 한국인들의 짠 음식 과잉 섭취는 국, 찌개 등 국물 음식과 김치나 장류처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배추김치에서 총 나트륨 섭취량의 약 20%를 섭취한다. 김치는 장점이 많은 음식이지만 나트륨 함량을 낮추지 않는 한 세계인들이 애호하는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렵다. 우리의 전통적인 식생활 문화를 보존하면서도 냉장고가 없던 시대에 형성된 소금 과용 습관은 줄일 수 있는 ‘저나트륨 제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대체 소금’을 개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소금에서 나트륨의 일부를 칼륨(K), 마그네슘(Mg) 등 다른 무기질로 대체하는 것이다. 나트륨의 약 절반을 칼륨 등으로 대체해도 음식 맛에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대체소금을 사용해도 김치나 장류의 발효가 제대로 될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외식이나 급식에서 개선할 점이다. 직장인들의 회식은 말할 나위가 없거니와 학교와 직장 급식의 확대 등으로 한국인들의 식생활에서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개인 수준의 노력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태다. 결국 정부가 급식, 외식 공급자들에게 음식에 포함된 나트륨 함량을 줄이도록 권장하고, 소비자들이 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 나트륨이 낮은 제품이나 식당 메뉴 등을 선택함으로써 과연 얼마나 나트륨 섭취가 감소되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계산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식생활 변화, 노력하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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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영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생활과학대학 교수 hypai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