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고연령층 가계부채 급속 증가
50대 이상 연령층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금융 및 부동산시장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대출상환 압박을 받아 보유 주택 등 실물자산을 대거 처분하면 20년 전 일본의 버블 붕괴 충격이 한국에서 재연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9일 국회에 제출한 ‘4월 금융안정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다.
○ 고령, 저소득층의 부채 급증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46.4%로 2003년(33.2%)보다 13.2%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의 인구비중 상승폭(8.0%포인트)을 넘는 것으로 고령층의 부채 증가가 인구 고령화보다도 빠르게 진행된다는 뜻이다. 고령자의 빚은 은행보다 저축은행 같은 금융회사에서 더 크게 불어나는 등 부채의 질도 현격히 나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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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전체 자영업자 중 50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53.9%로 2008년 47.1%보다 높아졌다.
○ 창업 나선 베이비 부머도 몰락
고령층의 부채 증가는 가계의 부도위기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체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 중 50세 이상 비중은 2010년 22.2%, 지난해 24.3%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의 불안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채무자들이 빚을 갚기 위해 집을 팔거나 주택 크기를 줄이면 부동산시장 침체로 이어진다. 1990년대 초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일본은 60세 이상의 실물자산 비중이 60% 정도지만 한국은 84.9%나 돼 상황이 더 심각하다.
또 매출 1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중소기업의 건전성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 악화되고 있다. 소규모 중소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8%였고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 차입에 의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소규모 기업 중 한계기업은 34.4%로 2006년 16.6%에서 껑충 뛰었다. 특히 부동산·임대업, 음식숙박업종에서는 한계기업 비중이 60%에 이르렀다. 은퇴 후 창업에 나선 베이비 부머들은 이들 한계기업이 속한 업종에 대거 뛰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음식숙박업 등 분야에 은퇴자의 창업이 급증했지만 경기 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