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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끝날 때까지]자살 영주 중학생의 형, 눈물로 쓴 편지

입력 | 2012-04-18 03:00:00


경북 영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 군(14)의 형(17)이 17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담은 편지글을 남겼다. 형은 이날 동생의 빈소를 지키다 오후 1시경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글을 올렸다.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등이 뒤범벅된 상태에서 썼는지 글은 전체가 띄어쓰기 하나 없이 돼 있었다. 편지 글은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띄어쓰기를 해 재정리했다. 다음은 편지글 전문.

얼마나 무서웠니… 미안해, 미안해

“몰랐을까. 형은 니가 그러고 있는지 감도 안 왔다. 왜 말 안 해줬을까. 내 동생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말도 못하고. 미안하다 형이 신경을 못 써 준 걸까. ○○가 형을 어렵게 봤던 걸까. 나한테 말 안 한 게 섭섭하다.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겠지만 형이 진짜 동생한테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 동생. 집에 있을 거 같다. 학교 갔다 왔다고 나랑 카드 게임할 것만 같다. 엄마 아빠 몰래 잠 안 자고 새벽 니 방에서 같이 게임할 것 같다. 오늘도 아무리 봐도 안 믿긴다. ○○야.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힘든 거 모르고 살아서 더 미안하다. 할 말이 이거밖에는 없다. 미안하다. 형이란 게 동생 힘든 거 모르고 장난만 쳐서 미안하다. 알아봤어야 되는데 심리검사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거였나 봐. 너보다 나이도 더 많은데 생각이 없었던 거 같다. 괜찮다는 말 다 믿고 지내서 미안하다. 너 힘든데 모르고 살았던 엄마 아빠도 미안하단다. 내 동생 씩씩했는데, 이런 일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미안하다 형이. 대화할 때도 요즘 행복하다는 새끼가 너 왜 그러고 있니 학원 갔다 왔다고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찾아올 것만 같다. ○○야, 미안하다. 형이 너무 못났나. 니네 형은 아무것도 몰랐다. 티라도 내지. 형한테만은 말해주면 형도 니 가족이다. 다 알아서 해줄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 동생. 얼마나 무서웠을까. 우리 ○○….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못 해준 거밖에 생각이 안 난다. 미안하다.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개그콘서트 구경 시켜줄게. 형이 약속 지킬게. 사랑한다, 내 동생. 제 동생 자살 중학생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영주=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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