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헝가리를 꺾고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감동의 포옹을 하고 있다. 금 못지 않은 동메달을 목에 건 대표팀이 시상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작은 사진). 한국 여자 핸드볼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2연패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동아일보 DB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올림픽에서 20년 넘게 세계 정상권을 지켜왔다. 1988년 서울 대회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를 2연패했고 1996년 애틀랜타와 2004년 아테네 대회 은메달,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까지 4위에 그쳤던 2000년 시드니 대회를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메달권에 든 효자 중의 효자 종목이다.
그러나 런던 올림픽에서는 메달권 진입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핸드볼인들이 이번 런던 대회 성적에 한국 핸드볼의 흥망이 달렸다고 얘기하는 이유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16강전에서 국제핸드볼연맹(IHF) 랭킹 29위에 불과한 앙골라에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세계선수권 8강에 오르지 못한 건 15위에 그쳤던 2001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여자 핸드볼의 하락 조짐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광저우 아시아경기 준결승전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일본에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되면서 동메달에 그쳐 아시아경기 6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여자 대표팀은 핸드볼이 아시아경기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던 터라 당시 일본전 패배는 충격이 컸다.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 핸드볼의 전성기를 이끌던 30대 선수들이 대부분 물러나고 조효비(21) 이은비(22) 김온아(24) 정지해(27) 등 2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바람 앞의 등잔불 같은 위기에 처한 한국 핸드볼의 운명이 세대 교체를 이룬 여자 대표팀의 올림픽 성적에 달려 있는 셈이다.
최석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남자 대표팀은 런던 올림픽에서 24년 만의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남자 핸드볼은 은메달을 딴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올림픽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