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여사의 사진과 소식을 다룬 미얀마 언론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치여사의 사진은 물론이고 야당인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당명조차 쓸 수 없었다. 양곤=이승헌 채널A 기자 CANN023@donga.com
미얀마 시내 가판대에서 파는 신문들에는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미얀마 시민 중 적지 않은 사람은 이 같은 뉴스를 알고 있다.
11일 미얀마 시내의 한 신문가판대. 한 남자가 “진짜 뉴스를 달라”고 말하자 가판대 주인이 남자의 얼굴을 살펴본 뒤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신문 속에 끼워 건넸다. 미얀마 민간 언론들이 정부의 검열을 받지 않고 몰래 인쇄한 이 종이에는 시민들이 알고 싶어 하지만 정부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진짜 뉴스들이 있었다. 미얀마는 지금도 모든 신문이 발간 전 정부의 검열을 받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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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뉴스를 보고 듣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기존 언론들도 정부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판대에 진열된 신문들의 1면이 아웅산 수치 여사의 사진, 보궐선거로 들뜬 국민들의 이야기로 도배된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또 검열을 피해 표현을 약간 바꾸기도 한다. ‘물가가 크게 오른다’를 ‘물가가 변할 것이다(change)’라고 쓰고,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내에 전기가 끊긴다’는 ‘오후 5시부터 오전 6시까지 전기가 들어온다’라고 쓰는 식이다.
또 민간 언론사도 일간지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얀마엔 현지어 신문 2종과 영자지 1종 등 3종의 일간지가 있는데 모두 정부에서 발간한다. 민간 언론은 주간 신문만 낼 수 있으며 인쇄 이틀 전엔 늘 검열을 받아야 한다. 주간지 ‘뉴데이뉴스’ 기자 우 센 틴글레 씨(36)는 “민간 일간지 도입은 검열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론 언론의 자유를 불러올 것”이라며 “쉽진 않겠지만 언젠간 이뤄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수치 여사도 “국민들이 국내 언론을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하며 그 결과가 이행되는지를 지켜볼 수 있도록 언론자유 신장을 위한 노력에 힘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양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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