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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권순택]저질 국회 물갈이

입력 | 2012-04-13 03:00:00


권순택 논설위원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는 수염과 한복이다. 그는 이번에 3선(選)을 하려고 ‘자연을 닮고 싶어 기른다’던 수염을 깎고 양복 차림으로 변신했다. ‘공중 부양’과 멱살잡이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고 폭력 의원 명단에 올랐던 그가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는 그제 투표를 마치고 “유권자들이 서민 농어민 노동자 중소상공인을 위해 일하는 ‘진짜배기 종자(種子)’를 알아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사람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달랐을 것이다. 누가 제1당이 될까. 여소야대(與小野大)냐 야소여대냐. 진보좌파가 국회의 다수가 될까…. 개인적으로는 18대 국회의 저질 의원 물갈이에 관심이 많았다. ‘막말의 종결자’로 등장해 새누리당 승리에 기여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낙선 여부도 궁금했다. 그의 낙선으로 ‘나꼼수’ 팬들이야 상심했겠지만 서울 노원갑 유권자들에게 “나라 체면을 세워줬다”며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다. “낙선이지만 44% 지지라니 너무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18대 국회에는 막말과 성희롱으로 자격 미달임을 보여준 의원들이 많았다. 강용석 의원은 2010년 7월 여성 아나운서 직종 성희롱 발언으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쫓겨나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고작 4583표(4.3%)를 얻는 수모를 당했다. 출마 자체가 무리였다. 연극인 출신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2010년 7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막말을 일삼다가 대통령 부인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공천도 못 받고 2년짜리 단명(短命) 의원이 됐다. 모두 자업자득이니 누굴 탓하겠는가.

해머와 전기톱으로 국회 출입문을 부수고,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2008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출입문을 해머로 부숴 벌금 200만 원을 물었다. 그는 경기 하남에서 야권연대 후보로 출마했는데도 떨어졌다. 역시 국회 폭력으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조작 때문에 출마를 포기했다. 두 사람 모두 19대 국회에 못 들어가게 됐으니 대가를 치른 셈이다.

용케도 물갈이를 피해 살아남은 의원들도 있다. ‘최루탄 의원’으로 악명을 날린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대표적이다.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에는 순천시장 출신의 민주당 노완규 후보도 있었는데 김 의원이 당선됐다. 재선에 성공한 그가 19대 국회에선 어떤 돌출 행동을 할지 걱정된다. 광주 북갑의 민주당 강기정 의원도 국회 폭력으로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19대 국회에서 다시 보게 됐다.

18대 국회 의원들의 물갈이를 상대적으로 잘한 정당은 새누리당이다. 여당의 총선 승리는 물갈이를 상대적으로 잘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뒤늦게 성폭행 미수 의혹과 박사학위 표절 논란에 휘말린 새누리당 당선자들이 나타나 이준석 비대위원이 출당 요구를 하겠다고 벼른다. 19대 국회의 수준도 낙관하기 어렵다.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을 안 보게 됐나 했더니 ‘최루탄 의원’이 살아 돌아왔다. 국회 물은 워낙 혼탁해 새 물이 들어와도 금방 흐려지는 경향이 있다. 신악(新惡)이 구악(舊惡)을 능가하는 경우도 많다. 당선자라도 도덕성 문제가 심각하면 물갈이가 필요하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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