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한국경찰연구학회장
수원사건으로 경찰 위상 추락
문제는 경찰청장이 바뀌고 경찰관 몇 명 문책으로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부에서는 당시 출동한 경찰이 제대로 현장을 탐문하거나 사이렌을 울리고 수색했으면 살해를 막았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런 방법들을 동원했다면 피해 여성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나라 경찰은 꽉 막힌 배수관과 같다. 막힌 것을 빼내려 하지 않고 수압만 높이는 꼴이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과부하가 걸리고, 뭘 해도 안 된다는 자괴감과 피해의식이 팽배하다. 일선에서는 “형사가 수사를 제대로 안 한다”는 소리가 파다하다. “왜? 가만있어도 월급을 받는데, 괜히 무리했다간 책임만 지고 잘못하면 손해배상까지 해줘야 하니까”라는 답변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과거 잘못에 대한 업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 경찰의 적극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너무 많다. “이렇게 해도 된다”는 권한을 주기보다는 이런저런 일을 하지 말라는 것들만 널려 있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생기게 마련이다. 고의로 또는 과실로 벌어진 실수가 아니고 열심히 하려다 발생한 실수라면 오히려 격려해주고 감싸주는 분위기와 문화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터넷 강국답게 경찰의 작은 실수도 초고속으로 퍼져나가는 세상이다. 한밤중에 사이렌을 울리고 수사했다가 자칫 잘못된 신고로 판명되거나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면 해명하기 급급하고 문책이 따른다. 열심히 하면 나만 피해를 본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경찰관 경험 1년도 길다. 이처럼 작은 실수 하나라도 문책 대상이 될까 걱정하며 몸을 사리는 경찰 앞에 완벽한 민생치안이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경찰청장이 독려하고 질책해도 괜히 나섰다가 나만 다친다는 인식이 조직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한 ‘국민을 위한 경찰’은 너무나 먼 곳에 있을 수밖에 없다.
잘못은 꾸짖되 격려도 함께 해야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한국경찰연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