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일본 주재 고베총영사관 영사
많은 재외국민이 참여하여 참정권을 행사하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재외국민선거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어느 노인분이 투표장에 오셔서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시더니 어깨를 들썩이고 계셨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양 볼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계셨다. 일순간 투표소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분은 일본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오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투표를 일본땅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는 말씀을 하셨다. 물론 이런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었다. 그 밖에도 투표 후 가족들과 기념 촬영을 해서 집에 걸어 놓겠다고 말씀하시던 분, 자녀와 함께 투표소를 방문하여 한국인임을 일깨워주시던 분, 자동차로 3시간 넘는 거리에서 휠체어를 타고 오셨던 분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가슴 뭉클한 사례들이 많았다.
이들이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한평생을 살아 온 결실로 얻은 소중한 참정권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재외국민선거의 실효성 내지 경제성 측면에서 계량화하면서 바라봐야만 할까?
선거가 끝나면 투표율과 연계하여 선출직의 대표성이 논란이 되곤 한다. 투표는 최상의 사람을 뽑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뽑아서는 안 될 사람을 떨어뜨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무관심이 선(善)은 아니다. 잦은 선거, 해마다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등으로 선거피로증을 느낀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나의 권리행사 기회가 많아진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권리는 행사함으로써 가치가 있는 것이지 묻어 두는 보석이 아니다. 재외투표소에서 어느 노인분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다시금 우리에게 주어진 참정권의 소중한 가치를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종진 일본 주재 고베총영사관 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