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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교사 46명이 나섰다… 학교가 달라졌다

입력 | 2012-04-10 03:00:00

인천 인제고, 2년 만에 최상위권 대학 수시모집 합격생 3배 증가
‘1교사 1대학 연구 동아리’ 운영… 교사 46명 힘 모아 ‘수시명문’으로




 

인천 인제고는 201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 합격생을 총 8명 배출했다. 합격생 수는 2011학년도에 18명, 2012학년도에는 24명으로 2년 만에 3배로 늘었다.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에 1명이 합격했지만 2012학년도 수시에서는 5명이나 붙었다.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에만 국한된 변화는 아니었다.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서울 경기 인천지역 4년제 대학 합격생(중복합격 포함)은 131명이었지만 2012학년도에는 배에 가까운 240명을 합격시켰다. 정시모집을 포함한 전체 4년제 대학 진학실적(중복합격 포함)도 2년 만에 186명이 증가했다.

2008학년도까지만 해도 인천지역 후기고 모집 1지망에서 정원미달을 면치 못하던 인제고는 2010학년도에는 1지망에서 모집정원보다 237명이 더 지원할 정도로 지역 명문고로 다시 태어났다. 이 학교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난 걸까.

○ 진학지도는 3학년 담임교사만? 1, 2학년 담임도!

인제고는 대입전형이 정시중심인 과거에는 주목할만한 성과가 없었다. 실제로 최근의 대입성과도 대부분 수시모집을 통해 나왔다. 정시모집의 경우 2010학년도부터 2012학년도까지 3년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합격생이 총 1명에 불과하다.

인제고는 4년 전부터 수시모집을 대비했다. 대입결과의 극적인 변화는 2008년부터 운영한 ‘1교사 1대학 연구 동아리’가 이끌었다. 이 동아리는 46명의 교사가 45개 주요 대학 및 미술 체육 입시 등을 하나씩 전담해 분석하고 연구하는 모임.

1, 2학년 담임교사와 교과담당 교사도 연구 모임에 참여했다. ‘진학지도는 3학년 담임교사와 진학지도에 노하우가 있는 교사 1, 2명의 책임’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바꾼 것이다. 46명의 교사들은 자신이 전담한 대학의 입학설명회가 열리면 주말을 마다하고 찾아가 자료와 정보를 모았다. 학교는 출장비를 지원하며 교사들의 연구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교사들은 담당 대학이 한 번 정해지면 해가 바뀌어도 같은 대학을 전담한다. 몇 년이 지나자 모든 교사가 전담대학 입시의 전문가가 됐다. 2012학년도의 경우 국내 대학들의 수시전형 종류가 총 2500여 개에 달했지만 인제고 학생들이 복잡한 대입전형 때문에 혼란을 겪지 않은 이유다.

윤의균 인제고 교장은 “입학사정관전형이 2009학년도부터 본격 도입되면서 수시모집에 대비하기 위해 연구모임을 만들었다”면서 “모든 교사가 입시의 흐름을 이해해야 학생 특성에 따라 1학년 때부터 맞춤형 진로진학지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진학자료는 일급기밀?… 2000개 넘는 대입자료 ‘전체 공개’

매년 7월과 12월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내에서 대입설명회를 연다. 이날은 교내 모든 교실이 46개 대학의 이름이 각각 붙은 설명회장으로 바뀐다. 특강은 외부초빙 강사가 아닌 연구 동아리 활동을 하는 46명의 인제고 교사가 진행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과 학업수준에 맞춰 대학별 강의를 선택해 듣는다.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김경민 씨(인문대학 1학년)는 “1학년 때부터 교내 대입설명회를 듣고 입시 흐름에 맞춰 수시모집을 준비했다”면서 “대입전형 분석을 선생님들이 다 해주셨기 때문에 컨설팅만 받으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제고 교사들은 3년간 체계적으로 모은 대입자료를 토대로 ‘감(感)’이 아닌 ‘팩트(Fact)’를 기초로 진학지도를 한다. 2009학년도부터는 학생들이 수시모집 대학별고사를 보면 내용을 복원했다. 3년간 700여 개 자료가 모였다. 대학별 면접이나 논술문제의 특징과 면접질문내용은 물론 ‘면접장의 구조와 의자 개수’까지도 파악해 학생지도에 활용했다.

고3 담임교사는 매년 ‘진학 자료집’을 작성했다. 모든 교사가 같은 형식으로 반 전체학생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내신성적 △수상경력 및 교내외 활동 △지원대학 기준으로 환산한 내신성적 △대학별 자기소개서 △지원 대학 전형별 합격 여부 등을 자료로 남겼다. 3년간 1500여 명의 데이터가 모여 학생 상황과 학업수준에 맞는 맞춤형 지도가 가능했다. 자료는 진학정보실에 비치해 교사는 물론 학생도 언제든지 열람하도록 했다.

조대휘 진로진학부장 교사는 “1, 2학년 담임교사도 비교과 활동을 지도할 때나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록할 때 대입 흐름에 맞춰 전략적으로 한다”면서 “학생들도 수시로 진학정보실에 와서 자료를 보고 자신에게 맞는 대입전략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 동아리 활동 두 배로 확대… 진로 맞춤형 동아리로 승부

동아리 활동도 전략적으로 준비했다. 인제고의 동아리 가입 시기는 3월이 아닌 4월이다. 입학사정관전형의 중요한 평가요소인 ‘진로분야 활동을 지속적으로 연속성 있게 했는가’ 항목을 고려해 동아리 선택을 신중하게 하도록 한 것이다. 1학년 학생들은 3월 한 달간 담임교사와의 상담 및 진로특강을 들은 뒤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동아리에 가입한다. 경쟁이 치열한 인기 동아리에는 ‘우선선발’ 제도를 도입해 진로가 맞는 학생이 우선적으로 가입하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인제고 학생은 3년간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비교과 활동을 심화시킬 수 있다.

2년 전부터는 동아리 시간을 1년에 12번에서 20번으로 확대 편성했다. 매주 목요일은 정규수업을 오후 2시에 마치고 6∼8교시를 연속으로 동아리 활동을 한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더욱 심화된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아리 활동 내용도 더욱 심화했다. 특히 자연계열 학생들의 진로에 맞는 △지구과학 및 천문학 활동을 할 수 있는 천문관측부 ‘인제성전’ △저탄소녹색성장을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에코피아’ △심화된 화학 실험하는 ‘알짜이온’ 등을 운영했다. 그 결과 2010학년도에 1명이던 포스텍 합격자가 2012학년도에는 6명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포스텍에 합격한 박성민 씨(전자전기공학과 1학년)는 “3년간 천문관측부 활동을 하며 천문학회와 천문관측대회에 참가했다”면서 “면접에서 동아리 관련 질문을 받았는데 과학 분야의 심도 있는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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