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호-김동화 화백 작품 200만∼300만원
김동화 화백의 ‘기생 이야기 2’. 아르떼피아 제공
‘임꺽정’ ‘머털도사’ ‘객주’ 등으로 친숙한 만화가 이두호 화백(69)은 40여 년 만화 외길 인생을 살았지만 자신의 작품이 본격적인 ‘시장’에서 팔리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가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작품 ‘임꺽정과 아들’은 지난달 15일 국내 첫 만화 아트 마켓인 ‘33+Collections’ 전시가 개막하자 바로 200만 원에 판매됐다.
14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열리는 ‘33+Collections’는 이 화백을 비롯해 김동화 이희재 이현세 박재동 백성민 하일권 등 원로 만화가부터 젊은 만화가까지 참여해 원화와 원고, 습작, 삽화, 스케치 등 168점을 전시, 판매한다. 자선 행사나 정부 주관 사업이 아닌 민간 차원의 만화 아트 마켓은 한국 만화 역사 10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아르떼피아가 공동 주최하는 이 행사는 저평가돼 있는 국내 만화의 가치를 높이고 창작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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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만화 원화가 팔릴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출품작의 50%가량이 판매됐다. 원로 만화가들이 손으로 그린 작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거의 판매됐다. 순정만화의 대부 김동화 화백의 수채화 작품 ‘기생 이야기 1, 2’와 ‘황토빛 이야기’ 등은 각각 300만 원 이상, 이희재 화백이 한지에 잉크로 그린 ‘등용문’은 150만 원, 이현세 화백이 ‘폴리스’의 주인공 오혜성을 연필로 그린 스케치는 100만 원에 팔렸다. 30∼50대 만화 애호가가 주된 구매자였지만, 재테크 측면에서 투자한 이도 적지 않다는 게 주최 측의 귀띔이다.
만화가들은 만화 아트 마켓의 활성화에 대해 다소 낯설어하면서도 환영을 표시했다. 김동화 화백(62)은 “작품이 팔렸다는 소식에 기쁘지만 판매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아니어서 내 손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크다”고 털어놓았다. 이희재 화백(60)은 “만화가들은 같은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 해도 만화 특유의 자유로움, 위트, 메시지 등을 담아낼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02-332-5818, 02-2266-7146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