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파리 특파원
프랑스에 특파원으로 온 뒤 처음 대선을 보고 있다. 한국처럼 프랑스도 올해 대선과 총선(6월)을 함께 치른다. 10명의 후보가 난립한 1차 투표는 4월 22일, 2명의 상위 후보가 다투는 결선투표는 5월 6일인데 한국의 선거와는 다른 점이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랑스는 대통령은 국민이, 총리는 의회가 뽑는 이원집정부제지만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를 일치시킨 개헌(2000년) 이후에는 여당과 원내 1당이 계속 일치했다. 실제로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도 나온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그랬다. 그가 원했던 법안이나 결의안 중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반대하거나 의회에서 부결된 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런 막강한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도 사회 분위기는 놀라울 만큼 차분하다.
우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장외 유세가 거의 없다. 결선에 오를 사르코지와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15일 각각 파리 콩코르드 광장과 뱅센 성 광장에서 유세를 갖는다. 1차 투표까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야외 대중유세다. 또 파리 시내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후보의 사진이 실린 대형 현수막이나 플래카드를 보기 어렵다.
각 부처의 국장, 과장급 공무원들이 노골적으로 대선 후보를 위해 일하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언론에 따르면 이미 수십 명의 주요 부처 간부급 공무원이 올랑드 캠프를 위해 자료를 제공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대통령궁과 여당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관례상 용인한다는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지자 음모론이 나오는 건 한국과 비슷하다. 사회당과 일부 언론은 툴루즈 총기 테러 이후 연일 무슬림 과격분자가 체포되는 것에 대해 “테러 전에는 도대체 뭘 한 거냐. 알고도 안 잡은 것이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은 사르코지 부부가 “철통 보안”을 강조했던 5개월 된 딸 줄리아의 사진이 공개된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최근 브루니 여사의 품에 안겨 병원에서 나오는 줄리아의 사진이 파리마치지에 실리자 야당은 “대통령궁이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파리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