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위조사건/래니 샐리스베리, 앨리 수조 지음·이근애 옮김416쪽·1만5000원·소담출판사
1990년대 초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졌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기 시작했는데 이때 새롭게 각광받은 대상이 미술품이다. 매매차익에 의한 수익뿐 아니라 ‘문화인’ ‘교양인’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 당시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자금난에 허덕이던 상황이었다. 예술가들의 일기나 편지, 작품 판매 영수증, 도록, 소장 등 각종 문서를 보관하는 미술관 내 기록보관소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이때 영국 미술계에 매력적인 신사 한 명이 등장했다. 부유하고 학식 있는 교수로 보이는 이 남자는 현대화가의 작품을 여러 점 기증하는 건 물론이고 기부금까지 내놓겠다고 했다. 미술계 인사들은 그에게 빠져들었다. 그가 미술관 기록보관소의 열쇠를 얻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