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중앙대 교수·국가대전략연구소장
국가대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술(戰術)과 전략(戰略), 대전략(大戰略)의 순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군사학에서 전술이란 전투에서 병력을 운용하여 승리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전략은 그보다 커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투를 운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때로 전투에서 질 수도 있는 것이 전략적 사고다.
대전략(grand strategy)이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전쟁과 평화를 운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평시에도 전쟁을 대비하고 전시에도 평화를 예비한다. 더 탄탄하고 항구한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는 것이 대전략적 사고다.
국가 백년대계 위해 대전략 필요
첫째, 한반도의 상황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국토와 민족이 분단돼 있고 분단된 남북한이 고도로 무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북한이 호전적인 언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금도 위성 발사를 빙자한 로켓 발사를 공언하고 그 로켓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의 실험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세계정세가, 특히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아시아의 정세가 유동적이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사고란 미래를 내다보고 온갖 상황을 상정하여 그에 대비하고 예방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무엇보다 국제정치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세계는 세계정부를 거부하는 주권국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 세계에서 각국은 생존과 평화와 번영을 위해 스스로의 힘과 노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진정 세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면 대전략의 내용이 바뀔 따름이지 대전략의 필요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바뀐 세상에 맞는 내용의 대전략을 구상하고 그것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대전략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대전략적 사고란 곧 길게 보고 크게 보는 것이다. 과거 백년을 돌아보고 향후 백년을 설계한다.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남을 보고 주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본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가대전략은 세계전략, 지역전략, 국내전략을 포괄한다.
지역전략은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동아시아 지역질서를 안정시켜 갈등 요인을 협력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공동체를 추구하는 데 있다. 경제를 통합하고 사회문화적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현안을 다룸에 있어 정치적으로 협력하여 서유럽 같은 안보공동체를 지향한다.
국내전략은 국민 개개인의 향상 의지를 뒷받침하고 그 의지를 모아 국가의 향상과 발전으로 이끌어나감에 있다. 온갖 정책이 고려될 수 있지만 핵심은 국민 정체성의 함양과 사회적 일체성의 제고에 있다.
그런데 국내전략, 지역전략, 세계전략을 구상하고 함께 엮어 국가대전략을 완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북한 문제다. 첫째, 한반도와 한민족의 분단을 그대로 두고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를 논의할 수 없다. 둘째, 북한의 상태와 행태가 전근대적이어서 새로운 시대와 세상을 위한 국가대전략과 어울리지 않는다. 셋째, 국내의 정치적 분열이 북한을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넷째, 지역의 통합을 저해하고 세계질서의 안정성을 흔든다.
북한문제 해결 위한 국제공조 필수
한시바삐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돼야 국내적 분열구조가 치유되고 민족통일을 논의할 수 있다. 지역통합을 이야기하고 협력적 세계질서를 논의할 수 있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주변국들이 같은 세상을 보고 같은 미래를 구상한다면 북한 문제는 그들에게도 걸림돌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가대전략의 제1보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을 유도하는 데 있다. 그 시작은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같은 도발적 행동을 막기 위한 국제적 공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