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스포츠레저부 차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천문학적인 몸값을 챙기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각광받는 스타의 이혼 사례는 흔하다. 미국에서 이들의 이혼율은 50% 정도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와 ESPN 등에 따르면 미국 4대 프로스포츠(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에서의 이혼율은 60∼80%에 이른다. 타이거 우즈, 그레그 노먼(이상 골프), 마이클 조던(농구), 랜스 암스트롱(사이클), 알렉스 로드리게스(야구), 앤드리 애거시(테니스)…. 각자 분야에서 황제, 영웅으로 추앙받던 그들도 남편과 아빠로는 낙제점이었는지 모른다.
이들은 경기와 훈련 등으로 집을 자주 비운다. 장기 원정으로 주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너무 어린 나이에 돈방석에 앉다 보니 결혼 상대를 섣불리 결정하기도 한다. 유명인 배우자인 경우에는 잘 모르던 성격 차이로 갈등을 빚는다. 어디 스포츠 스타뿐이랴. 주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가정불화를 겪는 커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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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방한한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역대 메이저 골프 대회 최다 우승(18회)에 빛나는 그는 “수많은 기록을 남겼지만 가장 뜻깊은 건 ‘5’”라는 다소 의외의 얘기를 했다. 20세 때 부인 바버라 씨와 결혼한 후 얻은 5명의 자녀와 20명의 손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록이라는 의미였다. “2주 연속 이상은 가족과 떨어지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투어 생활을 했어요.” 이번 주 열리고 있는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 그는 46세 때인 1986년 역대 최고령으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장수 비결은 가정의 행복에 있었는지 모른다.
미국 덴버대는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의 연고 도시 이혼율이 그렇지 않은 도시보다 28%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애미와 피닉스의 이혼율은 야구단 유치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30%까지 감소했다. 덴버대 하워드 마크먼 심리학 교수는 “건전한 결혼 생활에는 재미와 우애가 중요한 가치다. 야구장을 찾아 즐기고 대화하는 과정은 사랑을 지키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분석했다. 야구 관람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라면 뭐라도 가정의 윤활유가 될 게다.
그러고 보니 남의 얘기가 아니다. 초등학생 두 딸을 둔 기자 역시 새 학기부터 놀토가 전면 시행됐는데도 출장과 운동 등을 이유로 가족과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불시에 옐로카드를 받기 전에 당장 이번 주말부터 가까운 산에라도 가야겠다.
김종석 스포츠레저부 차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