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전기차연구실장
이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은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한다. 판매자는 원가 구성 항목을 알고 있는 반면 소비자는 대부분 모른다. 이런 경우 소비자가 구입하려는 물건 가격을 인터넷 등으로 미리 파악하면 바가지를 쓰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부지런한 소비자는 많지 않기에 정부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판매자에게 소비자권장가격을 제시하도록 해 정보 비대칭의 피해를 줄이려 하고 있다.
가격은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아 선택의 여지가 있다. 비싸면 다른 가게로 가거나 구매를 다음 기회로 미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량 성능에 영향을 주는 엔진오일은 교체주기에 대한 기준이 있었기에 가격 문제로 정비업체를 바꾸기는 해도 교체주기를 변경하는 것에는 심적 부담이 컸다. 자동차를 타는 가족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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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동차부품 간 성능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신차든 중고차든 무조건 순정품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교통사고 차량의 경우 특히 심하다. 자동차보험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니 중고 부품을 쓰면 나만 손해라는 ‘본전 심리’가 작용하고 정비업체도 판매마진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고품을 권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정비요금 과다 지출로 보험료가 인상돼 결국 운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국가 차원에서도 자원 낭비라는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일본은 이런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보험 상품을 만들어 중고 부품을 쓰면 순정품과의 차액 일부를 돌려준다.
우리나라도 순정품과 중고 부품에 대한 성능 및 가격정보를 제공하면 자원 낭비와 소비자 지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정보가 제공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이를 통해 자동차부품 유통체계가 다양화되면 경쟁을 통한 자동차부품의 가격 인하도 기대된다. 현재 폐차되는 자동차의 70%가량은 운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향후 출시되는 자동차의 성능은 더욱 향상될 것이므로 과거보다 오래 탈 수 있음에도 폐차되는 자동차는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국가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제2의 엔진오일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고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부품에도 불편한 진실은 없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전기차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