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정병모 지음·464쪽·3만3000원·돌베개
상상의 신수(神獸)인 기린을 소재로 한 민화 ‘기린도’(왼쪽). 1888년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 바라가 구입한작품이다. 민화 십장생도(른쪽). 궁중 십장생도가 봉래산 낙원의 위용을 표현한 산수화라면 십장생을 부각한 민화는화조화에 가깝다. 돌베개 제공
이 책은 민화의 개념부터 역사, 장르 및 미학적 특성을 두루 살피며 민화를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책의 주제는 민화야말로 한국인의 근원적 미감을 드러내는 그림이라는 것. 궁중화원이나 선비가 그린 그림이 당대 동아시아의 문화적 중심인 중국의 미감에 가깝다면, 민화는 한국인의 질박한 감정을 담아냈다.
또 궁중회화와 문인화의 영향을 받았으나 창조적으로 모방 및 패러디했고, 각기 다른 주제와 장르를 한 폭에 함께 그리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대중의 정서와 욕망을 해학과 풍자로 풀어냈다. 특히 저자는 민화의 범주에 불화(佛畵)는 물론이고 무화(巫畵)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서민 화가가 서민의 종교적 열망, 즉 기복신앙을 그린 그림이라는 점에서 민화의 개념에 맞다는 설명이다. 중국과 일본, 베트남의 민화를 소개하면서 동아시아 민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찾아본 것도 흥미롭다. 특히 한자를 그림으로 표현한 문자화의 경우 나라별로 유사한 부분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일본의 채색판화인 우키요에와 우리나라의 기생 소재 그림 등도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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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