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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출 1등공신 ‘선도조직 20곳’ 성공비결 들여다보니

입력 | 2012-03-30 03:00:00

뭉치고 맞추고 믿음주니 열리더라




2009년 11월, 국내 팽이버섯 업계에서는 작은 ‘도전’이 있었다. 전국의 11개 팽이버섯 농가들이 뭉쳐 한국버섯수출사업단(KMC)이라는 연합법인을 결성한 것. 목적은 ‘각 농가의 생산물량과 자본을 모아 수출시장을 뚫어보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KMC는 베트남과 중국을 비롯한 15개 나라에 연간 1만 t 이상의 팽이버섯을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팽이버섯 수출에서 KMC가 차지하는 비중이 83.7%에 달할 정도다. KMC 관계자는 “특히 베트남, 중국, 호주 등 주요 신시장을 우리 자체 역량으로 뚫었다는 게 중요하다”며 “농가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MC는 조직 안에 수출전담팀을 두고 바이어와의 연락, 검역 행정, 선적, 원산지증명서 발급 등을 모두 처리한다. 수주해 온 물량은 소속 농가들에 골고루 분배해 생산하기 때문에 농가들은 농사만 지으면 저절로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구조다.

○ ‘뭉치면 살고, 두드리면 열린다’


최근 국내 농업계에서는 KMC와 같은 ‘수출선도조직’이 화제다. 수출선도조직은 2009년 정부 주도로 처음 결성됐다. 수출이 잘될 법한 농산물 품목별로 유망한 농장주나 무역업체를 선정해 이들을 ‘조직화’하고 농산물 생산과 수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게 한 것이다.

현재 파프리카, 버섯, 딸기, 토마토, 장미 등 총 16개 농산물 품목에서 20개 조직이 결성돼 있는데 이들 업체의 2011년 전년 대비 규격농산물 수출액 평균 증가율은 26%로, 해당 품목의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 평균(0.6%)의 43배 가까이로 높았다. 토마토 같은 일부 품목은 수출선도조직의 수출 점유율이 95%에 달한다.

수출선도조직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수출팀의 양재준 차장은 성공하는 수출선도조직들의 특징을 △‘규격품’ 생산 △안전성 강화 △물량 조직화 △단합 등으로 요약했다.

먼저 ‘규격품’이란 같은 농산물이라도 해외 바이어가 선호하는 ‘규격’에 맞춰 생산·포장하는 것이다. 양 차장은 “한 예로 우리나라는 큰 사이즈의 파프리카를 선호하지만 일본은 중간 사이즈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장미 역시 우리나라는 장미 줄기 하나에 꽃 한 송이가 달린(스탠더드) 품종을 선호하지만 일본은 장미 한 줄기에 꽃봉오리가 여러 개 맺히는(스프레이) 품종을 선호한다. 결국 이런 품종을 심어 적기에 수확해야 수출이 확 늘어나는 것이다.

○ 안전한 맞춤형 농산물 생산이 관건


농산물 안전성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파프리카 분야의 수출선도조직인 ㈜농산의 박경원 부장은 “아무리 높은 값을 받고 많은 수출을 해왔더라도 농약 검출 등 문제가 발견되면 하루아침에 수출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는 대만에 사과 수출을 하다가 허가되지 않은 농약이 검출돼 수출길이 막혔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농산은 품질관리 전담 부서를 두고 농약 대신 천적을 활용한 농법으로 파프리카를 재배해 지난해 전년 대비 29%가량 많은 규격품 수출 성과를 거뒀다.

aT 관계자는 “성공하는 수출선도조직이 되려면 무엇보다 조직의 ‘단합’이 중요하다”며 “배나 제주감귤의 경우 수출유망품목으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조직 내 불협화음이 생기자 오히려 수출량이 줄어 결국 중도 탈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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