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향해 주먹을 날리거나 쓰고 있던 모자 정도는 내동댕이칠 줄 알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와우”라는 탄성을 몇 차례 반복한 뒤 잔잔한 미소를 보낼 뿐이었다. 30년 같았을 30개월 동안 인생의 쓴맛을 두루 경험한 그는 어느새 달관의 경지에 올랐을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924일 만에 다시 트로피에 입을 맞춘 타이거 우즈(37·미국)였다.
우즈는 26일 자신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미국 올랜도 베이힐골프장에서 끝난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합계 13언더파로 우승했다. 2009년 9월 BMW챔피언십 우승 이후 2년 6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72승째를 거뒀다. 그는 승리의 느낌을 ‘순수한 기쁨’이라고 밝히며 감격스러워했다.
○ 진정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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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살아난 붉은 셔츠 공포
우즈는 PGA투어에서 3라운드를 단독 또는 공동 선두로 마친 54개 대회에서 52차례 우승했다. 승률은 92.3%에 이른다. 챔피언조에서 우즈는 동반자보다 평균 2.92타를 적게 쳤다. 하지만 올해 아부다비와 페블비치 대회에서 그는 우승 기회를 잡고도 번번이 무너졌다. 이번 대회는 달랐다.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에 불안한 1타차 선두였던 우즈는 까다로운 핀 위치와 그린에도 정교한 아이언 샷과 결정적인 퍼트를 앞세워 2타를 줄였다. 우즈와 같은 조였던 맥도웰은 2타를 잃으며 무너졌다. 우즈 공포증도 되살아났다.
○ 새로운 출발
우즈의 PGA투어 통산 72승은 샘 스니드(82승)와 잭 니클라우스(73승)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우즈는 4승 차로 다가선 니클라우스의 최다 메이저 우승(18회)을 향해 재시동을 걸었다. 2주 후 열리는 시즌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에 불참한 세계 1위 루크 도널드와 2위 로리 매킬로이, 필 미켈슨 등과의 정면승부가 볼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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