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국제부장
클루니 체포소식에 수단문제 부각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클루니 체포를 계기로 세계 언론들이 수단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현지 상황은 심각했다. 남수단 국경지역의 분리주의 무장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한 정부군의 토벌작전으로 2003년 다르푸르 학살 같은 참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 공군기가 건물을 무차별 폭격하는 가운데 군인들은 집과 곡식을 불태우고, 폭격을 피해 인근 누바산의 동굴 속으로 피신한 양민들은 아사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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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차인표 씨가 출연한 TV 토크쇼의 장면이 생각났다. 탈북자 북송 반대에 앞장선 이유를 묻자 차 씨는 어린 시절의 일을 들려줬다. 네댓 살 때 집의 지하실로 통하는 구멍에 얼굴을 넣었는데 얼굴이 끼어 버렸다는 것이다. 아무리 울어도 소리는 지하 어둠 속으로 묻힐 뿐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형이 동네가 떠나갈 듯 울기 시작했다. 어른들을 부르기 위해 대신 울어준 것이다.
지금 클루니가 하는 일이 바로 차인표 형의 울음과 같은 게 아닐까. 동생을 위해 울어준 형처럼 클루니는 산속 동굴에 입이 갇힌 수단 주민들을 대신해 울어준 것이다.
'대신 울어주기.' 어쩌면 그것이 유명인(celebrity)의 사회 참여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엔 누군가가 대신 울어줘야 할 처지에 놓인 이가 많다.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일 수도 있고, 외국인 노동자일 수도 있고, 구조조정을 당한 노동자일 수도 있고, 철거민일 수도 있고, 버려진 동물일 수도 있다.
인기와 영향력이라는 확성기를 지닌, 남들보다 큰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 스타들이 그들을 위해 울어주는 것은 사회가 인기를 준 데 대한 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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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한 울음이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기희생과 진솔함도 요구된다. 말로는 민중, 약자를 위한다면서 자기 손에는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입만 열면 자본주의를 공격하면서 자신은 자본주의 단물 사다리의 꼭대기에 앉아 호사를 누리는 태도로는 아무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인기인 사회참여 방법 보여줘
클루니는 이달초 수단 산악지역 동굴을 찾아갔다. 로켓포가 머리 위를 지나가고 옆 사람이 포탄에 맞았다. 그런 위험한 방문을 수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미 의회가 움직이고 미 행정부는 수단산 석유 주 고객인 중국을 설득하고 있다.
'개념 연예인'의 대명사인 앤젤리나 졸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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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국제부장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