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례 후보 39명
민주통합당 김유정 대변인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제공
민주통합당이 진통 끝에 20일 오후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면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한명숙 대표 등 당권파에 밀렸던 사회단체 세력이 약진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까지 비례대표 하마평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사회단체 인사들이 대거 명단에 포함됐다. 이른바 ‘정체성’을 중시한 공천이다.
당선 안정권인 20번까지의 후보 중 사회단체 및 노동계 인사는 6명 정도다.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14번)은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에 합류했던 대표적인 사회단체 인사다. 남윤인순 최고위원(9번)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를 지냈다.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19번으로 이름을 올렸다.
홍종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4번)과 당 보편적복지특위 위원장을 지낸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6번)를 전진 배치한 것은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당 정체성을 널리 알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의 진선미 변호사를 5번에 배치한 것은 사법개혁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당직자 출신으로는 김현 수석부대변인(17번)과 진성준 전략기획국장(18번)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수권정당을 지향하고 총선에서 제1당을 노리는 제1야당의 비례대표 후보치고는 사회단체와 노동계 인사들이 지나치게 많이 포진해 유권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하는 당무위원회에서는 사회단체 세력들이 “검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출신은 절대 공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일부 유력 후보들이 최종 명단에서 빠지기도 했다.
한명숙 대표가 야권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야심 차게 영입한 유재만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당초 16번을 배정받았으나 사회단체 출신 당무위원들의 반대로 후보에서 제외됐다.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 참여해 외교안보 몫으로 안정권 공천이 유력시됐던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도 비슷한 이유로 빠졌다. 그나마 백군기 전 3군사령관(8번)이 외교안보 몫으로 합류한 게 전부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논란을 놓고 민주당의 안보관을 공격하는 세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한 대표의 설득이 관철됐다고 한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임종석 전 사무총장의 공천 반납으로 공석이 된 서울 성동을에 홍익표 북한대학원대 겸임교수(45)를 공천했다. 홍 교수는 남북경협 전문가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으며 대학(한양대) 동기인 임 전 총장이 한 대표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노이사(친노무현계-이화여대-486) 공천’에 이어 이제는 ‘친구 공천’이냐”란 비판도 나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 민주 화제의 비례후보 ▼
재벌개혁 운동가, 30대 청년비례대표, 지방 언론인, 노동조합 간부, 의대 교수 등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에서 순위 20번 이내의 당선 안정권에 배치됐다.
무엇보다 부자증세 등 ‘좌향좌’ 정책의 핵심 두뇌들이 상위권에 발탁된 점이 두드러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을 지낸 홍종학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관련 전문가로 꼽힌다. 홍 교수는 4·11총선에서 재벌개혁과 부자증세 등 경제민주화 공약 마련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른바 ‘무상 시리즈’를 주도한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도 안정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과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장을 거치며 복지사회 로드맵을 짰다.
청년 비례대표로 선출된 김광진 순천YMCA 재정이사와 장하나 제주도당 전 대변인도 10번 안팎의 당선 안정권에 들어갔다. 청년 비례대표 1위에 선출된 김 이사는 당 최고위원을 맡았고 장 전 대변인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청년 비례대표 4명을 모두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대 청년 비례대표 2명은 ‘정치권에 대한 학습기간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들어 30번 가까이에 배치했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참석했던 임수경 전 방송위원회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도 이름을 올렸다. 당초 임종석 전 사무총장이 서울 성동을 불출마를 선언한 뒤 그를 대신 공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문규현 신부 등 진보인사 40여 명도 공천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나 당 안팎의 기류는 우호적이지 않아 무산됐다. 안병욱 위원장은 “당내에서도 논란이 많았지만 최고위원회의가 (비례대표 21번을) 어렵게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