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PC ‘시스루 3D’ 개발 美 MIT 박사과정 이진하 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진하 씨가 자신이 개발한 ‘시스루 3D’ 데스크톱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3D 그래픽을 손으로 만지며 자유롭게 옮긴다. 이진하 씨 제공
○ 아이언맨2가 현실로
‘시스루 3D’란 이름엔 속이 훤하게 보이는 투명한 모니터에서 3D 그래픽을 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컴퓨터에는 모니터 대신 윗면을 떼어낸 투명한 박스만 있다. 컴퓨터를 켜면 이 박스 안에 각종 아이콘이 3D 그래픽으로 뜬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만지니 웹사이트가 보였다. 이 사이트를 손으로 잡고 옆으로 치워버린 뒤 문서 파일을 띄웠다.
다 읽은 문서를 삭제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마우스로 해당 파일을 클릭한 뒤 키보드의 삭제(Delete) 버튼을 누르는 대신 손으로 문서를 잡아 3D 그래픽으로 된 휴지통에 버린다. 집 안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사각형의 모니터에 박혀 있는 그래픽 입자들이 마치 공기처럼 떠다니는 듯했고 이를 자유롭게 만지는 이 씨가 마술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미래의 조각가는 조각칼을 들고 석고나 찰흙을 다듬는 게 아니라 조각칼, 석고, 찰흙의 질감을 재현한 3D 그래픽으로 조각을 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예술가도 자신의 손맛을 살려 컴퓨터로 예술을 할 만큼, 컴퓨터가 인간과 더 친근해지고 가까워지는 셈이다.
이 컴퓨터는 그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 아이디어를 처음 낸 뒤, 3개월 동안 연구 끝에 만든 작품이다. 컴퓨터에 있는 카메라가 이용자의 눈동자와 손의 움직임을 인식해 3D 그래픽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적용된 각각의 기술 가운데 이미 개발된 것도 있지만 이 씨는 이들을 창의적으로 조합해 냈다. 컴퓨터 지식에 사람에 대한 통찰을 더해야 만들 수 있다. MS와 삼성전자는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공하며 연구에 힘을 보탰다.
○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을 꿈꾸다
이 씨의 MIT 전공과목은 기계와 인간이 소통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 실제 이 씨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욕심쟁이다. 수석으로 졸업한 경기과학고 시절엔 생물학을 공부하며 생명에 대한 이해력을 높였고 학사 과정을 끝낸 도쿄대에서는 반도체공학을 전공하며 기술에 대한 기초지식을 탄탄하게 쌓았다.
그는 미래의 꿈에 대해 “영어라는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알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인문학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며 “과학과 예술, 인문학을 넘나드는 연구자가 돼 인간에게 꼭 필요한 기술과 제품들을 창조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에게서 인문학과 기술을 결합해 IT 분야 종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던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 비쳤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