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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주 ‘왕따 사실’ 조사관에 보고 의무화

입력 | 2012-03-15 03:00:00

美서 가장 강력한 ‘왕따방지법’ 시행
뉴욕주선 ‘사이버 왕따 방지법’ 발의




미국 뉴욕의 뉴도프고교는 집단 따돌림(왕따)을 당했다며 새해 벽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맨다 커밍스(15)의 모교다. 이달 초 기자가 찾아갔을 때, 학교 측은 취재를 거부했다.

입구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경찰 순찰차가 매일 지키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에서 언론에 입을 열지 말라고 했다”며 피했지만 2학년 호제 군은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가 이제야 왕따 예방 조치를 취한다 한다. 대응이 늦은 탓에 사랑하는 내 친구를 떠나보냈다.”

왕따 방지 법안을 도입한 다른 45개 주처럼 뉴욕 주는 ‘모든 학생의 권위를 위한 법(DADA)’을 2010년 6월에 통과시켰다. 학교와 경찰이 핫라인을 설치하고, 전문가를 채용하고, 제3의 기관이 사건을 조사할 수 있게 만든 법안이었다.

문제는 시행 시기였다. 일선 학교와 교사들이 학교책임에 대한 부담과 준비 부족을 이유로 반발하는 바람에 올 6월에야 발효됐다. 그사이에 커밍스 사건이 터졌다. 뉴욕 주의회는 이를 계기로 사이버 왕따를 통해 자살에 이르게 만든 학생, 이를 방치한 학교와 교사에게 형사책임까지 묻는 ‘사이버 왕따 방지 법안’을 별도로 발의했다.

허드슨 강을 경계로 뉴욕 주와 붙어 있는 뉴저지 주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왕따방지법을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2002년에도 비슷한 법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권고사항이었다. 럿거스대의 신입생 타일러 클레먼트가 2010년 자살하자 강력한 규제를 뼈대로 하는 법안이 새로 나온 것.

12일 만난 뉴저지 주 테너플라이고교의 재닛 골드 씨(왕따문제 조사관)는 법 시행으로 학교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모든 교사가 2주 동안 왕따 사건 처리절차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또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도 교내폭력 및 왕따 사례를 알게 되면 조사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조사관은 13일 내로 보고서를 만들어 피해 학부모, 교장, 시교육감에게 제출해야 한다.

주교육청은 학교가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조치가 적절했는지 판단한다. 미진하면 재조사를 지시할 수 있다. 학부모는 조사결과를 받고 열흘 내에 비공개 공청회를 열도록 학교에 요청할 수 있다. 또 학부모와 교사가 참여하는 학군별 ‘왕따 방지 위원회’는 학교에 사건을 조사하라고 직권으로 지시할 수 있다.

골드 씨는 “학교에서 왕따를 없애야 한다는 게 권고가 아닌 의무가 됐다”면서도 “법안 제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는 데는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저지 주가 이 법안을 도입하자 지난달에 일부 학교가 “보조금 없이 강제시행토록 한 조치는 연방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