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설립된 신일건업은 2000년대 초반까지 내실이 탄탄한 대표적인 중견 건설업체였다. 2001∼2008년 8년 연속 한국기업평가의 기업어음 신용등급 평가에서 ‘안정적인’ 의미의 ‘A3’ 등급을 받았지만 현재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밟고 있다.
이 회사의 쇠락은 홍 명예회장의 장남인 홍범식 전 신일건설 회장이 경영권 욕심을 부리면서 시작됐다. 홍 전 회장은 2003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허위 약속어음을 발급한 뒤 지급일에 어음금을 받아가는 수법으로 76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가 구속됐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자기 지분을 늘리려 했던 게 횡령의 이유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홍 전 회장은 2004년 4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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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회장의 사업 확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대전과 경기 남양주 등지에서 벌였던 대규모 사업지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회사는 2009년 4월 1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당시 한국기업평가는 평가보고서에서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관급공사 비율이 줄고 민간주택부문 비율이 증가해 사업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일건업은 홍 명예회장이 70억 원의 사재 출연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한 달 만인 같은 해 5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문제는 홍 전 회장의 탈법행위가 계속되면서 회생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는 것. 같은 해 9월 홍 전 회장이 골프장 인수 과정에서 서류를 변조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것이다. 이후 50여 년간 회사의 근간이 된 정부공사를 거의 따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골프장과 레저사업에서도 손을 떼야만 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신일은 결국 지난해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경영사정이 나빠지면서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하도급법 위반으로 10차례나 시정명령을 받고 고발 조치됐다. 신일건업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미납한 것이지, 일부러 돈을 주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