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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들에게 삶과 꿈 준 대학…” 母情의 보은

입력 | 2012-03-14 03:00:00

‘연세대 호킹’ 신형진씨 모친, 아들 모교에 감사편지와 5000만원




‘연세대 스티븐 호킹’ 신형진 씨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어머니 이원옥 씨의 도움을 받아 책을 보는 모습. 이 씨는 “아들을 정성껏 보살펴 준 학교에 고맙다”며 2008년부터 이달 5일까지 총 2억 원을 기부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초등학교도 못 갈 줄 알았던 아들이었는데…도저히 이루어질 것 같지 않던 꿈이 이루어지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작은 기금을 동봉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과대학 학장실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자신의 아들을 받아주고 보살펴준 대학에 감사하다는 말과 장애가 있는 아들을 30년간 돌봐온 소회를 담은 편지 속에는 5000만 원권 수표가 있었다. 편지에는 “그동안 연세대를 통해 많은 위로와 사랑을 받았다”며 “아들을 위해 더 힘내겠다”는 말도 담겨 있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연세대 스티븐 호킹’으로 알려진 신형진 씨(29)의 어머니 이원옥 씨(66)였다. 생후 7개월 때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아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신 씨는 2002년 이 학교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해 휴학을 거듭하다 지난해 2월 9년 만에 졸업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모교 소프트웨어응용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직했고 이번 달부터는 컴퓨터과학과 석·박사 과정에도 다니고 있다. 어머니는 입학 당시부터 10년 넘게 차에 신 씨를 태워 학교에 함께 다니며 비상 상황에 대비해 1분이면 뛰어갈 수 있는 거리에서 늘 아들을 기다렸다.

이 씨의 기부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1억5000만 원을 연세대에 내놨다. 이 씨는 아들이 2004년 호흡곤란 증세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생사를 오가다 회복해 2006년 3월 복학했을 때 기부를 결심해 2008년 2월 학교에 1억 원을 처음 기부했다. 그는 “아들이 그토록 좋아하던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죽을 고비를 맞았을 때 다시는 캠퍼스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며 “당시 아들을 버티게 해준 건 캠퍼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꿈이었다”고 했다.

2년 만에 기적적으로 회복된 아들이 2006년 봄 다시 캠퍼스를 밟았을 때 이 씨는 감격했다. 함께 학교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이 씨는 “형진이가 다시 학교에 돌아갔을 때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학교 측에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어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형진 씨의 어머니 이원옥 씨가 연세대에 보낸 편지. 연세대 제공

이 씨는 지난해 아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도 5000만 원을 내놨다. 아들을 무사히 졸업하게 해준 학교와 학과 교수,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 씨는 “학교는 우리 모자가 절망하고 있을 때 희망이 돼 줬다”며 “형진이의 인생관을 완전히 바꾸게 해준 학교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힘닿을 때까지 기부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