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 10곳 중 3곳만이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기전망이 어두워지자 투자계획을 줄이거나, 자금조달이 어려워 투자를 미루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23%가 자금난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중소기업 대출 중 신용대출은 절반이 안 된다. 중소기업이 금융기관과 거래하려면 보증서 또는 부동산 담보 요구, 신규 대출 기피, 재무제표 위주의 대출, 고금리 등 숱한 애로를 극복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지난해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대기업의 3.5%에 그쳤다. 2000년엔 이 비율이 28%였다. 중소기업이 자본시장 금융시장 양쪽에서 설 땅이 더욱 좁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과 중소기업을 위한 제3채권시장을 올해 개설할 계획이지만 투자자들의 참여가 많을지 의문이 든다.
유럽발(發) 재정위기 여파로 신규 수주가 급감한 중소 조선업계는 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제 광주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유재억 세광조선 대표는 “전남 대불공단의 중소 조선소 30여 곳 중 1곳 외에는 모두 파산하거나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금융권에서 선수금환급보증서(RG) 발급을 거부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비올 때 우산 빼앗는 꼴”이라며 금융기관을 비난한다. 2009년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에 착수한 뒤 정부와 금융권은 눈치만 보고 있다. 업계가 줄도산을 하기 전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중장기 플랜에 맞춰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창업 여건이 크게 개선됐지만 자금이 제조업이나 정보기술(IT) 기업에 주로 지원되고 매출이나 직원 수 등 규모 위주로 평가돼 기술 중심의 창업기업은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도 창업 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