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전 삼성 사장. 스포츠동아DB
김응룡 전 삼성 사장, 프로야구 경기조작을 보는 소회
타종목 파문에도 강 건너 불구경
첫 타자 볼넷 등 꼼수 상상도 못해
선수 안타깝지만 이건 무서운 범죄야
재발 방지 위해 확실히 도려내야지
퇴단·영구제명 검토는 올바른 조치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은 단호했다. 7일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만난 김 전 사장은 “처음에는 그런 게(경기조작)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당혹스러웠다”며 “이번 일을 흐지부지 넘기면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확실하게 (환부를)도려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전 사장은 “우리가 방심했다”고 했다. 축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계에 연이어 승부조작 파문이 일었지만 야구는 구조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경이었다는 의미다. 김 전 사장의 말처럼 야구는 투수가 안타를 맞거나 볼넷을 내주면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구조다. 승부조작을 하려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전체를 포섭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플레이 하나에 베팅을 하는 ‘경기조작’이다.
“아니, 초구 볼, 첫 타자 볼넷 아니면 삼진으로 (조작)할 줄 누가 알았겠어.”
김 전 사장은 경기조작 사실에 허탈한 듯 헛웃음을 지었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안일한 생각을 꼬집었다. 김 전 사장은 “선수들은 단순하다. 승패를 좌우하는 것도 아니고 ‘볼넷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했던 것 아니냐”며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무서운 범죄인지 몰랐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내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내 주변만 해도 ‘대체 언제 야구 시작하느냐?’ ‘야구경기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프로야구 인기가 이렇게 좋을 때 경기조작이라니…. 내가 바라는 건 하나예요.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더라도 수사가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어요.” 평생 야구밖에 모르고 살아온 김 전 사장은 한 손에 야구공을 꼭 쥐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용인|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