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
자수성가한 고집불통 봉달수 회장(윤주상·왼쪽)과 자서전 집필을 맡은 신소정 작가(함수정).드림인터내셔널 제공
가난을 딛고 보청기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봉달수 회장은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회복한 뒤 늦기 전에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자서전을 쓰려고 한다. 자존심 강하고 까칠한 성격의 유명 작가 신소정은 급전이 필요해 자서전 집필을 맡게 되지만 외골수에 직선적인 성격의 봉 회장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봉 회장은 과거를 되짚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외면해온 상처와 맞닥뜨리고, 이를 지켜본 신 작가는 조금씩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연극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오랫동안 부정하거나 외면해온 과거의 상처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닫아버리면서 외부 세계에도 문을 닫아버린 외골수들의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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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주상-함수정 두 사람의 연기조합에서 윤 씨의 연기가 무대를 꽉 채울 만큼 능수능란했던 반면 상대적으로 함 씨의 존재감은 떨어졌다. 두 사람의 대결구도가 끝난 뒤부터 극적 긴장이 느슨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주인공이 과거의 상처를 인정하고 껴안으며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좋았지만 지나치게 밝은 마무리가 작위적인 느낌을 줬다. 특히 죽은 아내가 소아마비 환자로 다리를 심하게 전다는 것을 평생 짐스러워했던 자신의 잘못에 눈뜨게 된 봉 회장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신소정 작가와 신나게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 그 윤리적 무감각이 불편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봉달수 역에 윤주상 송영창 씨가, 신소정역에 함수정 김로사 씨가 번갈아 선다.18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1만5000∼5만 원. 02-929-8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