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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재명]홍정욱, 고승덕 그리고 손수조

입력 | 2012-03-02 03:00:00


이재명 정치부 기자

27세의 손수조 씨는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 중 최연소다. 그가 내세운 이력이라곤 주례여고 총학생회장 정도다. 그런 그가 민주통합당의 거물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도전장을 냈다. 어린 나이에, 내세울 것 없는 경력, 여기에 대선 후보인 상대….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당찬 모습에 당내에선 호감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홍원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은 손 씨의 의지에 “감명을 받았다”며 ‘편파적(?)’인 지원사격까지 했다.

손 씨의 범상함은 역설적으로 그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문 이사장이 나서는 부산 사상은 새누리당에 가장 골치 아픈 곳이다. 그를 꺾을 만한 거물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나온 게 손 씨 카드다. 선거 구도를 ‘다윗과 골리앗’으로 만들어 문 이사장이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걸로 만들자는 계산이다. 한편에선 고개를 젓는다. 손 씨를 공천하면 문 이사장이 지역구에 머물지 않고 부산 전역, 나아가 경남 일대를 누비며 ‘노무현 바람’을 일으켜 총선 기상도를 바꿀 것이란 반론이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백도, 줄도 없는 손 씨는 이런 설왕설래 속에 자연스레 새누리당에 턱없이 부족한 젊음과 용기의 아이콘이 됐다. 새누리당에는 그만큼 눈에 띄는 ‘새 피’가 없다. 현역의원의 25%를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벌써부터 “더 나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야당이라고 사정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정당의 구인난은 우리나라에 인재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재들이 정당을 외면하기 때문일까.

저물어가는 18대 국회엔 남달리 화려한 스펙으로 눈에 띄는 새누리당의 두 초선의원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7막7장’의 주인공 홍정욱 의원.

학벌이 다는 아니지만 특히 국회는 그가 지금까지 경험한 세계와 달랐다. 2009년 초 어느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때 그는 후보자 임명에 반대했다. 여당 의원의 반대는 곧 반란이다. 그를 호출한 한 중진의원은 소신만 지키다 망가진 정치인들의 계보를 읊었다.

언젠가 홍 의원은 트위터 머리말에 ‘좋은 정치인은 정직한 도둑을 기대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자조적 얘기를 올린 적이 있다. 그는 기자에게 “소신을 굽히면 비겁한 정치인이, 소신을 지키면 자기정치만 하는 얄팍한 정치인이 되는 게 현실이다. 국익은 멀고 표는 가깝더라. 잘못된 관행에 익숙해질 때가 그만둘 때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그는 결국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최연소) 외무고시(차석) 행정고시(수석)를 모두 합격한 ‘공부의 신’ 고승덕 의원. 누구도 그가 돈봉투 발언으로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오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기자에게 “국회에선 몇 선이냐가 중요하더라. 또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 국회니 미리 결론을 낼 필요가 없다”며 자신이 몸을 낮추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적 꿈이 뭐냐고 묻자 “재선”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정치인은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받는 사람이라며.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숨을 죽여야 하는 공간. 비전과 소신보다는 권력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현실. 당론과 정쟁에 사로잡힌 그들만의 리그에 올곧고 유능한 인재가 모이기 어렵다. 손 씨의 도전이 산뜻하면서도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다.

이재명 정치부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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