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부 기자
손 씨의 범상함은 역설적으로 그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문 이사장이 나서는 부산 사상은 새누리당에 가장 골치 아픈 곳이다. 그를 꺾을 만한 거물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나온 게 손 씨 카드다. 선거 구도를 ‘다윗과 골리앗’으로 만들어 문 이사장이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걸로 만들자는 계산이다. 한편에선 고개를 젓는다. 손 씨를 공천하면 문 이사장이 지역구에 머물지 않고 부산 전역, 나아가 경남 일대를 누비며 ‘노무현 바람’을 일으켜 총선 기상도를 바꿀 것이란 반론이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백도, 줄도 없는 손 씨는 이런 설왕설래 속에 자연스레 새누리당에 턱없이 부족한 젊음과 용기의 아이콘이 됐다. 새누리당에는 그만큼 눈에 띄는 ‘새 피’가 없다. 현역의원의 25%를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벌써부터 “더 나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야당이라고 사정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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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18대 국회엔 남달리 화려한 스펙으로 눈에 띄는 새누리당의 두 초선의원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7막7장’의 주인공 홍정욱 의원.
학벌이 다는 아니지만 특히 국회는 그가 지금까지 경험한 세계와 달랐다. 2009년 초 어느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때 그는 후보자 임명에 반대했다. 여당 의원의 반대는 곧 반란이다. 그를 호출한 한 중진의원은 소신만 지키다 망가진 정치인들의 계보를 읊었다.
언젠가 홍 의원은 트위터 머리말에 ‘좋은 정치인은 정직한 도둑을 기대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자조적 얘기를 올린 적이 있다. 그는 기자에게 “소신을 굽히면 비겁한 정치인이, 소신을 지키면 자기정치만 하는 얄팍한 정치인이 되는 게 현실이다. 국익은 멀고 표는 가깝더라. 잘못된 관행에 익숙해질 때가 그만둘 때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그는 결국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최연소) 외무고시(차석) 행정고시(수석)를 모두 합격한 ‘공부의 신’ 고승덕 의원. 누구도 그가 돈봉투 발언으로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오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기자에게 “국회에선 몇 선이냐가 중요하더라. 또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 국회니 미리 결론을 낼 필요가 없다”며 자신이 몸을 낮추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적 꿈이 뭐냐고 묻자 “재선”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정치인은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받는 사람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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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치부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