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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인네의 눈가에 주르륵 흘러내린 그리움

입력 | 2012-03-02 03:00:00

조선 여성 문학-그림 특별전
내달 15일까지 전주박물관




신사임당의 ‘초충도’.

“이화우(梨花雨) 흩뿌릴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시가집 ‘가곡원류’에 실린 조선 중기의 기생 이매창(1573∼1610)의 시조 ‘이화우 흩뿌릴제’에는 임을 그리워하는 안타까움이 극적으로 나타난다. 매창은 천민시인이던 유희경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평생에 걸쳐 그를 그리워했다. 사랑은 슬펐지만 눈물로 써 내려간 글자들은 그대로 예술이 되었다.

조선시대 여성 문학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특별전 ‘조선의 여성 문학, 천리에 외로운 꿈’이 다음 달 15일까지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남성 못지않은 기개와 포부를 지닌 여성 문학을 살펴보는 ‘여성, 세상의 절반’, 어머니이자 아내로서의 생활을 글로 풀어낸 ‘여성의 또 다른 이름, 어머니 그리고 아내’, 연모하는 남자에게 노골적이고 애절한 사랑을 표현한 기녀들의 문학을 보여주는 ‘임 그리며…’이다.

자식을 연달아 잃은 고통을 시로 승화시키고 때로는 정치적 견해를 피력했던 허난설헌(1563∼1589)의 ‘난설헌집’, ‘동국여류한시집’ 초고에 실린 황진이(생몰년 미상)의 ‘송도회고’ ‘상사몽’ 등의 시, 과거 공부를 하는 남편을 극진히 내조했으나 끝내 남편이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던 김삼의당(1769∼1823)의 유고 등이 선을 보인다. 보물 제728호인 설씨부인(1429∼1509)의 ‘권선문’도 전시된다.

문학작품 외에도 신사임당(1504∼1551)이 그린 초충도를 비롯해 인목왕후(1584∼1632)와 혜경궁 홍씨(1735∼1815)의 글씨 등 서화 작품도 볼 수 있다. 무료.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 063-223-5651∼2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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