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는 엔진소음과 차체진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른발에 힘을 줘 속도계 바늘이 40km/h까지 올랐지만 엔진은 미동조차 않는다.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최고속도 45km/h에 최대 2km까지 달릴 수 있는 EV모드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렉서스 CT200h에 있어서 EV모드는 공인연비 25.4km/ℓ을 달성시켜준 핵심요소 중 하나다.
렉서스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기술을 준중형급 차체에 도입한 CT200h는 GS450h, LS600h, RX450h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이로써 렉서스는 중형세단에서 SUV, 해치백에 이르기까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운전의 재미와 혁신적인 연료효율성이란 공존하기 힘든 목표를 위해 개발된 CT200h를 서울춘천고속도로와 강원도 홍천일대에서 시승했다.
날렵한 이미지를 위해 렉서스 모델에선 최초로 전조등을 그릴보다 높은 위치에 뒀다. 상단과 하단이 하나로 결합된 사다리꼴 모양의 ‘스핀들(spindle)’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음달 선보일 GS 시리즈를 연상시키며, 전면을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화살촉 모양의 전조등은 LS600h에서 최초로 선보인 LED 기술을 도입했다.
부분적으론 날렵한 이미지를 연출했지만, 전체적으론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곡선을 추구하며 공기저항계수 0.28을 달성했다.
차체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320mm, 1765mm, 1440mm이다. 동일한 해치백 구조의 현대자동차 i30과 비교하면 전장은 20mm 길고, 전폭은 15mm 작고, 전고는 30mm 낮다. 콤팩트한 차체는 해치백 구조로 효율성을 강조했지만 5명이 타기엔 실내가 비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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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200h에 탑재된 1798cc 초경량 직렬 4기통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5200rpm에서 최대출력 99마력, 4000rpm에서 14.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EV모드에서 유일한 동력원으로 작동하는 전기모터는 82마력, 21.1kg.m의 토크로 동력을 전달한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한 최고출력은 136마력으로 정지에서 시속100km까지 11.32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고 지팡이 손잡이 모양의 변속기를 한참 들여다봤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위치한 변속기는 생김새도 익숙하지 않지만 후진과 중립, 드라이브 모드로 선택된 후에도 자동으로 원위치로 돌아와 계기판 변속기 상태를 주시해야 했다. 주행은 효율성과 운전의 재미를 위한 개발 콘셉트에 맞게 센터콘솔에 위치한 다이얼 버튼으로 4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시동을 걸고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충전이 됐다면, 전기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EV모드로 일정구간을 주행할 수 있다. 길지 않은 주행거리를 저속으로 움직이는 동안 실내는 고요하다.
가속페달을 천천히 밟으면 90~110km/h까지 속도가 부담 없이 올라간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최대의 힘을 발휘하는 고속화 구간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풍절음도 크지 않다. 하지만 좀 더 가속을 가하거나 100km/h의 속도에서 추월을 위해 순간적인 가속을 가하면 속도는 현저히 더디게 오르고 엔진이 굉음을 내며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붉은색 조명과 rpm 미터로 변하는 계기판의 콘셉트가 부끄러울 정도다.
한적한 국도에서 시속 60km로 주행 중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차량의 무게대비 출력과 토크가 넘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전륜에 사용된 밴틸레이티드 디스크의 제동은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