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의 학칙 인가권 폐지… 진보교육감 진영 반발
교육감의 학칙인가권을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일선 학교와 교육청이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교육감이 진보 성향인 서울 경기 광주교육청은 학교장이 두발·복장 제한, 간접체벌 허용 등 학생인권조례에 배치되는 내용을 학칙으로 정해도 교육감이 제재할 수 없다는 데에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서울과 경기도교육청은 28일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개학을 앞둔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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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교육감들, “학생인권조례 우선”
교육과학기술부는 개정된 법이 3월 중순부터 발효되게 할 방침이다. 새로운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되는 4월에 학교들이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장은 법령 범위에서 학칙을 제정 및 개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학생인권조례도 법령일 수 있다”며 “학칙인가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학교가 조례에 위반되는 학칙을 기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일 먼저 제정한 경기도교육청은 좀 더 강경한 태도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칙인가권이 폐지돼도 학교가 조례에 부합되는 학칙을 제정하도록 지도하겠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칙의 상위법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학생인권조례와 부합하지 않는 학칙을 제정하면 장학지도와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응하면 예산상의 조치를 취하거나 정원을 감축하는 등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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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학교들은 교과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서울 A고 교장은 “학칙으로 두발을 규제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학교에 올 텐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 B중 교장은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학생들을 지도하기 힘들었는데 개정안이 통과돼 환영한다. 하지만 교육청은 여전히 조례가 중요하다고 하니 학교가 나서서 학칙을 개정하기 쉽지 않다. 학생들 반발도 있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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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대표는 “학생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학교에 자율권을 주는 게 맞다. 교육감은 혼란을 조장할 게 아니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칙을 제정·개정할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학생인권조례 서명운동을 추진했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들은 “학교가 따를 이유가 사라져 사실상 조례는 힘을 잃었다. 헌법소원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