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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뒤 정치]박근혜, ‘장물’ 논란 정수장학회 깨끗이 정리 못하는 이유는

입력 | 2012-02-24 03:00:00

“박정희 유산 지키겠다” 최필립 이사장 고집 탓?




정수장학회 문제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정리에 소극적인 것으로 비쳤지만 실제로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버티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친박 인사들은 23일 전했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 측에서 정수장학회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자신은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고 해명해온 것과 논리적 모순이 된다.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과 사장 선출권’을 요구하는 부산일보 노조와 사측 간 대립이 커진 지난해 11월 말부터 친박 원로급 인사와 부산지역 중진 의원들이 물밑에서 최 이사장과 직간접적으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포함해 논란을 정리해 달라는 시그널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최 이사장에게서 호통만 들었다는 후문이다. 최 이사장은 “‘박 위원장이 정수장학회와 실제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그 진실 하나도 이해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대권을 잡겠다는 것이냐”며 “내가 물러날 게 아니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부 물러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1995년 정수장학회 8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가 1962년 당시 부일장학회를 강제 헌납받았다는 과거사 논란이 불거지자 2005년 퇴임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 이사장이 후임을 맡으면서 정수장학회가 여전히 박 위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최 이사장은 1970년대 말 대통령의전비서관을 지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참모였다. 이 때문에 최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변에 “박 위원장은 실제로 정수장학회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내가 이사장직에서 내려오면 관선 이사가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정수장학회의 흔적은 없어진다”며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수장학회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박 위원장과 무관한 인물로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는 방안, 부산일보와 MBC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모두 최 이사장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으로 박 위원장이 최 이사장의 사퇴 등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고 수차례 밝혀온 상황에서 사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채널A 영상] 이사진 전원 ‘근혜라인’…정수장학회 논란 도돌이표

박 위원장의 핵심 측근은 “가만히 두면 총선, 대선 국면에서 야당의 공세가 불 보듯 뻔한데 본인(박 위원장)은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토로했다. 박 위원장이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정수장학회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한 건 최 이사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달라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게 내부 해석이다.

정수장학회는 23일 이사진 일동 명의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정수장학회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