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장 신분 사상 첫 사법처리 "직접증거 부족·공직사퇴한 점 고려"…'솜방망이 처벌' 비판도 고 의원실 300만원 박의장 통장서 나와…다른 돈봉투 의혹 '미궁'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2008년 전대 당시 후보였던 박희태(74) 국회의장과 박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또 캠프에서 재정·조직 업무를 담당했던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고승덕 의원실에서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려받은 박 의장 전 비서 고명진(40) 씨는 기소유예 처분했으며, 고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지목된 '뿔테남' 곽모(33) 씨와 캠프 회계책임자 함모(38·여) 씨는 불입건 조치됐다.
이에 따라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지난달 5일 수사에 착수한 지 47일 만에 한나라당 전대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현직 국회의장이 사법처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97년 한보사건 당시 대검 중수부의 방문조사를 받았던 김수한 국회의장은 무혐의 처분됐었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을 뒤흔든 돈 봉투 살포 의혹 수사가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종결됨에 따라 야권 등으로부터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비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검찰이 고 의원실 외에 다른 의원실의 돈 봉투 살포 의혹은 밝혀낸 게 없어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조 수석비서관은 2008년 7·3 전대를 앞둔 7월 1~2일께 고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캠프 직원이 박 의장 명의로 된 하나은행 마이너스통장에서 7월1일 1억원, 2일 5000만원을 각각 인출했고, 이 돈 가운데 300만원이 고 의원실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검찰은 안병용(54·구속기소)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당협 간부들에게 돌리라며 구의원들에게 전달한 2000만원은 박 의장 등의 혐의에 포함하지 않았다.
박 의장이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받은 수임료 중 수표 4000만원이 그해 6월25일 현금화됐고 그 즈음에 안 위원장에게 2000만원이 건너간 정황은 포착됐지만 실제로 두 돈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지는 못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박 의장에게서 나온 총 1억9000만원 중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을 빼고는 나머지 돈의 용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 등 3명에게는 정당법 50조(당대표경선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 1항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 항목은 정당의 대표자 등으로 선출되게 하거나 선거인에게 투표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나 선거운동관계자 등에게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받은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안 위원장은 전대 당시 은평구의원 5명에게 2천만원을 주면서 당협간부들에게 50만원씩 주라고 지시한 혐의(정당법 50조2항)로 지난 3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박 의장 등에 대해 안 위원장과는 달리 형량이 가벼운 정당법 50조 1항(전달)이 적용된 이유에 대해 "상하관계 속에서 지시자로서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어 구의원들이 지시자로 특정한 안 위원장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 의원 외에 돈 봉투를 받은 다른 의원들을 확인하려고 노력했지만, 돈을 주고받은 사람 모두 처벌이 되므로 자발적 진술을 기대하기 어렵고 현금으로 전달됐을 것이므로 계좌추적으로도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60여년 간의 정당 정치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돈 봉투 제공행위를 처벌해 금품수수 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현직 국회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철저히 수사해 금품제공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 사법처리한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