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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손수레 2대 분량 서류 갖고가 ‘고강도 압박’

입력 | 2012-02-20 03:00:00

■ ‘전대 돈봉투’ 박희태 국회의장 공관 방문조사




의장 공관으로 들어가는 자료뭉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 수사관들이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찾아 박희태 국회의장 방문조사를 위한 자료를 들고 들어가고 있다.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검찰의 방문 조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박희태 국회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40여 일간 계속돼 온 검찰의 수사가 19일 박 의장에 대한 직접 조사로 사실상 정점을 찍었다.

검찰은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소환조사 대신 공관으로 직접 수사팀이 나가 조사를 했지만 박 의장은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대부분 부인해 이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이날 조사는 박 의장이 돈봉투 전달을 사전에 지시했거나 알았는지 또는 사후에 보고받았는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 의장은 사전 지시 또는 사후 보고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봉투 살포로 인해 가장 큰 실익을 얻었을 당사자가 총괄적이고 구체적인 책임을 부인한 것이다.

이는 박희태 후보 캠프 상황실장으로서 돈봉투 살포를 기획·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진술과는 엇갈리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박 의장도 돈봉투 살포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모두 돈봉투 살포가 캠프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획되고 실행됐다는 혐의를 벗기 위해 이같이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13일 의장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나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했지만 결국 정치적 책임만 지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실무자는 윗선으로 책임을 돌리고, 윗선은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검찰은 박 의장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지만 혐의 소명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수사 초기부터 참고인들의 구체적인 진술과 박 의장 비서였던 고명진 씨 진술 등을 근거로 돈봉투 살포 혐의의 구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봉투 살포가 적극적인 매표 행위가 아니었다는 점 등을 들어 구속수사의 필요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번 주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자들 모두에 대해 정당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같은 혐의로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이미 구속 기소돼 형평성 논란은 있지만 안 위원장은 수사 초기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구의원들의 진술과 완전히 어긋나는 진술을 했기 때문에 수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구속 수사가 불가피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날 조사는 지휘 책임을 가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이상호 부장검사와 직접 조사를 맡은 송강, 박태호 검사가 담당했다. 앞서 수사관들은 손수레 2대에 80cm 높이로 실은 1만 여 쪽 분량의 조서 뭉치와 노트북컴퓨터, 프린터 등을 갖고 공관에 도착했다. 지금까지의 조사 내용을 담은 서류와 박 의장 조사에 필요한 장비들을 가져온 것이다. 조사가 이뤄진 공관 연회접견동 2층에는 연회실과 2곳의 접견실이 있다. 검찰은 접견실을 조사실과 회의실로 사용했다. 조사실에서는 두 검사가 각각 노트북컴퓨터를 앞에 두고 번갈아가며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박 의장의 사퇴서가 아직 처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진술인’ 또는 ‘피의자’가 아니라 ‘의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 부장검사는 회의실에서 수시로 조사 내용을 보고받았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조사에 응한 박 의장은 피로를 느낄 때마다 조사실 옆 연회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의장이 고령이어서 1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조사받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사들도 박 의장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 등을 이용해 이 부장과 회의를 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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