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서 1명 사망 2명 중상… 고속道 추격전 끝 30대 범인 검거
15일 충남 서산시 수석동 농공단지 내에서 발생한 엽총 난사 사건에서 범인 성모 씨(31) 가 사용한 엽총과 탄환. 이 엽총은 성 씨 소유로 등록돼 있었다. 서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범행 후 잡히기 전 자살기도
15일 오전 9시 40분경 서산시 수석동 농공단지 내 자동차 시트 제조공장인 S사 정문 인근 공터. 무쏘 승용차를 세워놓고 대기하던 이 공장 전 직원 성모 씨(31)가 물류 하역 작업차 나와 있던 직원 6명에게 엽총 50여 발(산탄 기준)을 발사했다. 성 씨는 이날 오전 9시경 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에서 “충북 제천의 수렵장에서 사용하겠다”며 자신의 엽총을 가지고 나온 상태였다. 성 씨는 특히 담배를 피우고 있던 최모 씨(38)의 가슴을 조준 사격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주변에 있던 S사 직원인 임모 씨(30)와 이 회사에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회사의 화물차 기사 문모 씨(56) 등 2명은 각각 가슴과 팔에 총탄을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두 사람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D산업 공장의 화장실 문과 인근 유류저장소, 자동차 시트 등 곳곳에는 엽총 탄환이 3∼6발씩 박혀있어 엽총이 난사됐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사용된 길이 1m가량의 엽총은 멧돼지와 고라니 사냥용이다.
하지만 경찰은 총기살해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도 반격할 총기를 휴대하지 않아 하마터면 큰 위험을 당할 뻔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황이 다급해 미처 총기를 휴대하지 못했다”며 “후발 형사대가 실탄이 든 총기를 가지고 뒤따라왔다”고 말했다.
○ 근무 당시 갈등이 원인인 듯
경찰은 성 씨가 숨진 최 씨와의 해묵은 갈등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 씨는 “공장 다니던 시절 직원들이 나를 괴롭혀 보복하려고 총을 쐈다”고 검거 직후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말한 뒤 입을 닫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성 씨는 2009년 직원근태현황과 제품관리 등 회사 전반의 업무를 취급하는 생산관리파트에 입사해 3개월가량 근무하다 퇴사했다. 고향(당진)이 같은 최 씨가 성 씨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역할을 했는데 서로 자주 다퉜다. 이들의 상급자였던 한 임원은 “두 사람 모두 내성적이었고 최 씨는 맡은 일을 무척 열심히 했다. 최 씨는 성 씨의 3개월 수습기간이 끝나던 즈음 손을 들었다고 했고 성 씨도 곧바로 사표를 냈다. 얼마 후 두 사람과 술자리를 같이했는데 티격태격 싸웠다”고 전했다. 최 씨의 한 친구는 “1주일 전에도 당진 시내에서 두 사람이 술을 마시고 싸우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성 씨가 퇴사 후 처음으로 1주일 전쯤 회사를 찾아왔었다는 회사 관계자의 말에 따라 사전답사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성 씨가 컴퓨터에 ‘13년 전부터 힘들게 살아왔다. 이런 얘기하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한다’ 등 피해의식에 가득 찬 글을 남긴 점으로 미뤄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성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