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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젊은 단독판사 회의

입력 | 2012-02-15 20:00:00


미국 법원에는 본래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장이란 말은 없고 선임법관(senior judge)이란 말만 있었다. 1948년에서야 선임법관을 법원장(chief judge)이라고 부르며 사법행정을 맡겼다. 그래도 법원장은 대법원이 임명하는 게 아니라 판사로 임명된 날짜를 기준으로 가장 오랫동안 판사 근무를 한 사람이 자동적으로 맡으니까 사실상 선임법관이다. 선임법관이 법원장이 되기를 원하지 않으면 법원장 직위는 자동으로 그 다음 순위로 넘어간다.

▷우리나라는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한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법원은 피라미드 구조의 행정부와는 달리 판사들의 연합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대법원장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판사 임용 및 재임용 등 중요한 사항은 대법관회의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대법원에 대법관회의가 있듯이 각급 법원에는 판사회의가 있다. 판사회의가 주요 사법행정에 관해 심의하고 의결하면 법원장은 이를 존중한다.

▷판사회의는 해당 법원의 판사 전원이 참석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전체 판사회의와는 다른 내부 판사회의라는 게 있다. 직급에 따라 배석판사회의 단독판사회의 부장판사회의로 나눠 모임을 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독판사회의 소집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나 다름없다. 경미한 형사 민사 사건을 혼자 처리하는 단독판사는 현재 6∼14년차의 젊은 법관들이 맡고 있다. 이들이 부장판사까지 포함시켜서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어려울 때 단독판사회의를 열어 의견을 개진한다.

▷199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 단독판사 40여 명이 ‘사법부 개혁에 관한 건의문’을 발표하고 제3차 사법파동을 일으켰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전체 판사회의뿐만 아니라 단독판사회의란 것도 생겼다. 2008년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현 대법관)의 촛불집회 관련 재판 개입을 문제 삼은 것은 재경(在京) 법원의 단독판사회의다.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으로 일부 재경 법원에서 단독판사회의가 소집됐다. 재임용은 10년차 단독판사만이 아니라 20년차 부장판사도 관련된 것이니까 판사회의를 연다면 전체 판사회의를 여는 게 옳다. 단독판사회의 결과로는 전체 판사들의 생각을 알 수 없다. 어느 조직에서나 젊은 사람들의 견해는 다소 급진적인 경향을 띤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