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하지만 요즘 학생과 학부모에게 새 학년은 설렘이 아닌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어느 학교, 어느 반,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문제아’를, 학교폭력을 방조하는 ‘이상한 선생’을 만날까봐 두려운 것이다.
물론 학교폭력이 날로 심각해지는 데는 선을 넘은 가해학생이나 이를 외면하는 교사의 탓이 크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의 언행도 학교폭력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알까. 내 아이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인지상정(人之常情)에서 비롯된 사소한 행동이 아이들에게 집단따돌림과 편가르기, 왜곡된 힘의 논리를 심어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부모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우리 스스로 촌지나 선물은 주지 말자’는 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내 아이만 무사하자고 나보다 힘이 센 사람에게 줄을 대고 상납을 한다면 아이들은 이런 힘의 논리를 익힐 수밖에 없다. 당장 내가 당하지 않으려면 일진에게 잘 보이고, 다른 아이가 맞는 것을 외면하며, 심지어 다른 아이를 피해자로 만들어버리는 일에 익숙해진다.
아이들의 왕따 문화에도 부모의 영향이 크다. 자신보다 약하다 싶으면 내쳐버리는 어른들의 패거리 문화를 아이들이 지켜보는 것이다. 최근 초등학생 아이를 전학시키려고 일부러 이사를 했던 C 씨의 하소연을 새겨들을 만하다.
재중 동포인 C 씨는 미국인 남편의 직장을 따라 2년 전 한국에 왔다. 아이가 영어와 중국어를 잘하고, 국적도 미국이라는 사실에 호감을 가진 동네 엄마들은 그룹 과외에 C 씨 모자를 끌어들이려 안달이었다. 하지만 C 씨가 재중동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들은 하나둘 연락을 끊었다. C 씨는 아들이 친했던 무리로부터 “너희 엄마는 왜 식당에서 일을 안 하고 감히 우리 수영장에 오느냐”라고 놀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아이가 학교에서 맞고 오면 다짜고짜 교사를 닦달하고, ‘네가 한 대 맞으면 때린 애를 두 대 때리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비정상 축에도 들지 못할 지경이다.
무엇이 먼저 잘못됐느냐를 따지기보다는 부모 스스로가 비교육적 언행을 하지 말자고 다음을 다잡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년을 맞으려면 본의 아니게 학교폭력의 동조자가 된 부모들의 자성과 자정이 절실하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