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더 스테이지에서 ‘콘셉트 코리아 FW 2012’ 행사가 열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가을겨울 패션에 관심을 가진 현지 전문가들과 바이어들이 몰려들었다. 콘셉트 코리아 제공
올해 다섯 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한국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마련한 자리다.
2010년 처음 ‘콘셉트 코리아’가 열렸을 때만 해도 ‘일방적’인 전시성 행사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올가을 매장에 한국 디자이너의 제품을 걸려는 바이어들의 문의와 현장 구매계약 체결이 크게 늘었다. 미국의 인기 편집매장 ‘오프닝 세리머니’의 캐럴 송 바이어는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만의 감성과 소재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은 눈여겨볼 만하다”며 “이들의 컬렉션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드라마, 케이팝, 한식에 이어 패션이 본격적인 한류(韓流) 붐 대열에 합류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입 브랜드 인수에 주력하던 국내 패션대기업도 국내 디자이너 ‘모셔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한류 타고 위상 높아진 한국 패션
하지만 드라마와 음악을 통해 ‘코리아’ 브랜드가 트렌디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 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드라마 여주인공의 사진을 출력해 와서 한국 브랜드 옷을 사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25∼27일 일본 국립 요요기 제일체육관에서 열린 ‘한일 합동패션이벤트(KISS)’는 케이팝과 패션이 만나 사흘 동안 관객 3만3000여 명을 끌어모았다. 소녀시대, 카라, 씨스타 등 국내 아이돌 가수와 디자이너 이상봉, 패션브랜드 스파이시 칼라 등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일본 닛케이마케팅저널은 최근 ‘한류패션에 감복(感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금까지 한국의 패션은 화장품이나 미용서비스(에스테틱)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급속히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2010년 이후 일본에 속속 데뷔하고 있는 케이팝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한국의 멋스러운 이미지가 알려진 것이 일본 소비자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 한국 디자이너와 한국 기업의 만남
과거에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패션기업도 국내 디자이너에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유명한 패션브랜드를 인수하는 손쉬운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패션기업이 한국 디자이너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본격적인 제휴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2년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 디자이너 정욱준 씨가 만든 브랜드 ‘준지’ 컬렉션에 패션계의 ‘대모’ 수지 멘키스 기자와 유명 패션 블로거가 몰렸다. 세계적인 패션블로거 스콧 슈먼 씨는 “파리 컬렉션 최고의 쇼”라고 평했다.
정욱준 디자이너의 ‘준지’ 파리컬렉션. 제일모직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선보인 이번 컬렉션은 ‘DISTENDED(팽창된, 부풀어진)’라는 주제로 볼륨감을 강조해 화제를 모았다. 제일모직 준지 제공
스타 디자이너와 기업이 만나 함께 공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제일모직 정구호 전무는 ‘헥사 바이 구호’로 뉴욕 컬렉션에 진출했고 올해부터는 파리로 무대를 옮길 예정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2010년 인수한 디자이너 석정혜 이사의 가방 브랜드 ‘쿠론’을 해외 시장에 알리기 위해 지난해 9월 영국 해러즈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올해 3월에 진행되는 ‘방돔 럭셔리 트레이드 쇼’에 초대를 받기도 했다. 석 이사는 “기업의 시스템과 디자이너 브랜드 고유의 가치가 만나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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