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선거등록 오늘 마감인데… 등록률 5% 못미쳐
하지만 박 씨는 끝내 투표권을 얻지 못했다. 박 씨와 같은 ‘재외선거인’이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여권을 가지고 직접 해외 공관에 등록해야 하는데 여권 기한이 만료된 상태였던 것. 여권을 새로 발급받는 데 5500엔(약 8만2500원)을 내야 한다는 말에 박 씨는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단 한 번의 투표를 위해 5500엔은 (가난한 살림에) 너무 부담스러운 돈”이라고 말했다.
○ 1표에 비용 43만 원
재외국민선거 등록률이 5%를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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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재외국민 투표율은 등록률의 6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재외국민 전체 유권자 223만여 명 중 6만7000여 명만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란 얘기다. 재외국민의 참정권 확대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이번 재외선거에는 지난해 쓴 80억 원을 포함해 293억 원이 들어간다. 선거물품을 해외 공관으로 보내고 투표함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6만7000명이 투표하면 1표를 위해 들인 예산만 43만 원을 넘는다. 국내 1표당 투입 예산(1만2000원)의 36배다.
○ 번거로운 절차와 낮은 관심도
재외국민선거가 ‘무늬만 선거’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 때문이다. 부재자의 경우는 우편으로 신청하고 투표 당일에만 공관에 가면 되지만 재외선거인은 공관을 먼저 방문해 등록을 하고, 투표 당일 또 공관에 가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의 경우 등록 신청을 받는 해외 공관은 각각 12, 10, 9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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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관심도도 저조한 등록률의 원인이다. 재외국민선거로 인해 일부 교민들 사이에서 지역, 정파 갈등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지만 대다수 평범한 교민은 아예 무관심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재일교포 3세 이하로 내려가면 재외선거 실시 자체를 아예 모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나마 현재의 등록률은 현지 공관원과 한인단체 간부들이 업무를 제쳐놓고 뛰어다니며 교민들을 독려해 끌어올린 결과물이다. 전체 유권자 3만2093명 중 17.91%인 5749명(10일 오전 8시 현재)이 등록을 마쳐 세계 공관 중 등록률 1위를 차지한 중국 상하이의 경우 한인회를 비롯해 인근 19개 지역한국상회와 상하이 총영사관이 긴밀히 협력했다는 게 상하이 총영사관에 파견된 중앙선관위 박경우 선거관의 설명이다. 등록률이 16.01%로 높게 나타난 프랑스도 공관 직원들이 한인단체, 종교단체,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선거등록 캠페인을 벌였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기봉 참사관은 “영주권자보다 유학생이나 해외상사 주재원이 많고,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한 지역에 밀집돼 있는 경우 투표 신청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일본이나 미국처럼 영주권자가 많고 널리 퍼져 있는 나라는 등록률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 당리당략이 초래한 ‘무늬만 선거’
저조한 투표율은 각 정당이 첫 해외국민투표라는 대의보다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선관위는 재외국민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4월 공관 직원들이 먼 지역을 돌아다니며 재외선거 등록 신청을 받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다. 2010년 10월에는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공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우편이나 인터넷을 통해 등록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이 반대하면서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재외국민선거의 투표율이 높으면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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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