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 한파에 대규모 ‘얼음 블록’
8일 인공위성이 관측한 북한 해역의 모습. 평양 앞바다부터 서한만, 신의주 남쪽 철산까지 해안을 따라 ‘얼음 블록’이 형성된 모습이 관찰됐다. 중국 랴오둥(遼東) 만 일대도 바다에 얼음이 생겼다. 기상청 제공
○ 평양 앞바다∼서한만∼철산까지 길이 200km 폭 40km ‘얼음 블록’
고려대기환경연구소와 기상청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지난달 초부터 평양 앞바다에서 압록강 하구 앞 바다까지 약 200km의 해역에서 폭 40km 규모의 결빙(結氷)이 관측됐다”고 9일 밝혔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지난달 10일경부터 북한 서해가 한파로 얼기 시작해 이달 9일 현재 평양 앞바다 및 철산반도와 장연반도 사이에 자리 잡은 ‘서한만’은 바다 위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얼어 있다. 또 황해도 은율군 해안 일대와 서한만으로 유입되는 청천강, 평양으로 연결되는 대동강 하구 남포항도 결빙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과거 북한 쪽 바다가 일부 얼기도 했지만 이번 겨울처럼 대규모로 언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한파가 남하하면서 지난겨울부터 발생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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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정권에도 큰 부담
전문가들은 이번 결빙이 새로 들어선 김정은 체제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어업과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한(2.6%)의 8배인 20.8%(2010년 기준)다. 특히 북한의 연간 수산물 어획량은 63만 t으로 외화벌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가 얼어 길게는 두 달 이상 어선이 출항을 못하면서 외화벌이에 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환 북한연구학회 회장은 “북한 경제 사정상 중국으로 수산물 등 1차 상품을 계속 수출해야 하는데 바다가 얼어 배가 못 움직이면 외화벌이에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바다에 있는 얼음이 계속 두꺼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상위성센터 분석 결과 1월 위성 관측 시 북한 해상의 얼음 블록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했지만 점차 얼음이 더욱 두꺼워지기 시작해 2월에는 바다와 얼음 블록의 경계선이 선명해졌다. 정 소장은 “북한 지역 기상상황으로 볼 때 당분간 바다 얼음이 더 두꺼워져 3월 초까지는 녹지 않을 것”이라며 “두 달 이상 어업, 해운 등 손발이 묶이면 북한 사회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