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시 행보 자필기재 요구… 물갈이 의원들 ‘딴마음’ 차단교체 거론 중진들 좌불안석
5일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 서식에 따르면 공천신청자는 ‘공천에서 탈락하더라도 탈당하거나 당적을 옮겨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특히 이 서약서의 하단에는 ‘본인이 낙천할 경우 행보를 포함해 본인의 각오를 자필로 적어 달라’고 돼 있다. 과거 공천신청 때도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지만 ‘낙천 시 행보’를 자필로 쓰라고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공천 탈락자가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법에서는 당내 경선에 참여했다가 낙선한 때에만 해당 선거구에 출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경선에 참여하기 전 탈락하거나 경선을 거부한 후보자가 탈당하거나 독자적으로 출마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 자필 서약서, 법적 구속력 없어도 약속 어길땐 ‘족쇄’ ▼
당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가 지역 내 조직이 탄탄한 중진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대대적 물갈이의 주 표적이 될 중진의원들이 지역 내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딴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란 얘기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 신청 서류에는 중진의원들에게 낯선 서식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계정 제출서’다. 이를 작성하려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필수고 미투데이 등 국내 SNS도 활용해야 한다.
‘낙천 시 자필 행보’ 기재 등은 권영세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진의원들의 자진 용퇴가 너무 없다”고 성토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진의원들의 지역구는 대부분 새누리당의 지지세가 비교적 강한 곳인 만큼 이들 지역에서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계산이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8명 가운데 3선 이상 중진은 5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특임장관에 내정된 3선의 고흥길 의원을 포함하면 6명이다. 새누리당 3선 이상 39명 중 33명이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